금융 감독 당국이 중대한 위법 사고가 없다면 금융 사고가 발생해야 내부통제 관리 소홀을 이유로 제재를 하기로 했다. 책무구조도 도입 이후 제기된 과잉 규제 논란에 따른 것이다.
13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 사고 발생 여부를 제재 판단의 핵심 요소로 정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국은 △장기 근무로 인한 횡령 △임직원의 불완전판매 지시·묵인 △유사한 민원의 대량 발생 △위법행위 장기 지속 등 중대 요건이 없다면 제재하지 않기로 했다. 예를 들어 금융사가 내부 점검 주기를 한두 차례 건너뛰는 것 같은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항은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또 금융지주사의 핀테크 보유 지분 제한을 5%에서 15%로 확대한다. 금융지주회사법은 2000년 제정 당시부터 금융지주의 자회사(지분율 50% 이상)가 아닌 회사 지분율을 5%로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가 25년 만에 사라지는 셈이다. 금융위는 “경직적인 출자 규제로 인해 금융지주회사와 핀테크 기업 간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금융지주회사가 금융그룹 내 시너지를 창출하고 환경 변화에 대응해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금융지주 자회사인 핀테크 기업의 업무 연관성이 있는 금융회사(투자자문업·일임업자) 소유도 허용하기로 했다. 핀테크 기업이 다른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소유하지 못함에 따라 인공지능(AI) 등 기술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 제공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금융지주그룹 내 시너지 제고를 위해 업무 위탁 보고 체계도 간소화된다.
정부는 또 금융지주회사 손자회사의 업무 제약 해소를 위해 금융지주회사의 손자회사가 업무집행사원(GP)으로서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PEF)를 설립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기로 했다. 앞으로 금융지주 계열 자산운용사 중 KB자산운용과 하나자산운용이 새롭게 PEF 설립 자격을 갖게 됐다. 신한자산운용과 우리자산운용은 금융지주의 자회사로 지금도 PEF 설립이 가능하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입법예고를 다음 달 26일까지 한 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 법안을 국회에 발의할 계획이다. 다만 금융 당국의 금산분리 규제 완화 논의가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실제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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