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010140)이 브라질 해운사로부터 셔틀탱크 9척을 건조하는 1조 9000억 원대 초대형 수주 계약을 앞두고 있다. 경쟁사인 중국 조선업체와 분할 수주가 예상됐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등장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가 거세지면서 ‘싹쓸이’ 수주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업계와 글로벌 해운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브라질 최대 기업인 페트로브라스의 해운 자회사인 트랜스페트로가 발주한 수에즈막스급(15만 8000DWT·DWT는 선박 총중량 단위) 셔틀탱커 9척을 수주하는 계약이 최종 단계에 들어갔다. 한 척당 1억 4650만 달러(약 2120억 원)로 총수주 규모는 약 1조 9080억 원에 달한다.
삼성중공업은 2027년 2척, 2028년 7척을 차례로 인도할 계획이다. 셔틀탱커는 해양플랜트에서 생산된 원유를 선적해 육상 저장기지까지 운송하는 특수 목적 선박으로 수에즈막스급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크기의 선박을 뜻한다.
트랜스페트로는 당초 한국과 중국 조선소에 선박을 분산 발주하려 했지만 내부 논의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에 전량 맡기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여기에는 미국의 강력한 중국 견제가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미 국방부는 올 초 중국 국영조선사인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을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중국 군부와의 연관성을 이유로 미국 기업과 거래를 제한한 것인데 이는 미국과 거래하는 국가의 조선·해양 정책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 행정부는 이에 더해 중국에서 건조되거나 중국 국적을 가진 선박에 대한 항구 이용료 부과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 항구에 배를 접안할 때마다 최대 150만 달러(약 21억 원)를 내야 하기 때문에 해운사 입장에서는 중국산 선박을 확보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앞서 독일 해운사인 하팍로이드 또한 중국에 발주하려던 선박을 한화오션(042660)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만 68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6척으로 계약 규모는 총 1조 8000억 원이다. 본래 중국 양쯔강조선에 컨테이너선 12척 건조를 발주하면서 포함된 옵션 물량이지만 미국이 중국산 선박에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방향을 바꿨다.
한국 조선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에서 특히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해 반사이익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훈민 한화오션 상선사업부 영업기획팀장은 지난달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중국 조선소의 설비 확장과 대량 수주로 우려가 있지만 미국의 불공정거래 제재 강화, 미국 정부의 중국 선사 조선소 블랙리스트 등재 등으로 한국 조선소의 선호도는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목표치를 각각 10조 5000억 원, 6300억 원으로 설정했다. 지난해에는 9조 9831억 원의 매출에 502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한화오션은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지난해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예상하고 있고, HD한국조선해양(009540) 역시 올 수주 목표치를 180억 5000만 달러(약 26조 930억 원)로 지난해보다 33.7% 높여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인도와의 조선업 협력 가능성에 더해 미국의 대중 견제에 따른 반사이익까지 예상돼 성장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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