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2일(현지 시간)로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앞두고 금융 당국이 국내 철강 산업 피해 점검에 착수했다. 미국 관세로 매출이 줄면서 유동성이 경색될 경우 금융 전반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우려다. 다만 최근 미국 내부에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실제 관세 부과가 막판에 재조정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1일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10일 금융안정지원국을 중심으로 철강 산업의 현황과 리스크 요인을 점검했다. 통상 금융 당국의 리뷰는 대출 지원과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기업의 자금 사정과 업황, 향후 손실 규모를 따지는 만큼 리스크 진단 자체가 갖는 의미가 크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당장 특정 업종에 문제가 있다기보다 대외 요인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보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동부 시간 기준 12일 0시부로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의 관세를 일괄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한국의 지난해 철강·알루미늄 제품군 대미 수출액은 58억 5000만 달러에 달하고 있어 관세 부과 시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미 상무부는 166종의 철강·알루미늄 파생상품에도 즉시 25%의 관세를 매긴다는 방침이어서 중소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까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각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알루미늄 관세에도 유예 카드를 꺼내들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보편관세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한 달 유예를 선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 외교가는 아직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특정국을 제외하는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 상무부에 총 50만 건의 관세 관련 예외 요청이 들어왔지만 미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일본 역시 철강·알루미늄 관세 예외를 요청했지만 이렇다 할 답을 얻지 못했다.
다만 국내 철강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가 도리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세 부과에 따라 대미 철강 수출 쿼터 263만 톤 규제가 사라진 것은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철강 밀어내기 수출을 해왔던 중국이 본격적 감산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학과 교수는 “결국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에 주력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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