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제약사들의 뛰어난 투자 선구안이 결실을 맺고 있다. 제약 전문성을 바탕으로 깐깐하게 선별해 투자한 바이오텍들이 속속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바이오텍과의 공동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은 바이오텍들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오노약품공업은 최근 고형암 신약 후보물질 ‘NXI-101’에 대해 임상 1상을 시작했다. 이 물질은 국내 면역항암제 연구개발 기업인 넥스아이가 지난해 기술이전한 것으로 타깃이 정해지지 않은 전임상 단계에서 ‘퍼스트 클래스’ 후보 물질로 일본에 수출돼 주목 받았다.
넥스아이는 2021년 대웅제약(069620), 2022년 GC녹십자(006280)를 전략적 투자자로 유치해 면역항암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보유한 넥스아이 지분은 4.35%, GC녹십자 지분율은 3.3%다. 넥스아이는 현재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며, 최근에는 간세포암종 신약 후보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풍부한 제약사들은 바이오텍 투자를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공동개발할 뿐만 아니라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성과도 함께 나눌 수 있다”며 "넥스아이가 IPO에 성공한다면 대웅제약과 녹십자의 지분 평가액도 덩달아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략적 투자를 통한 공동 기술개발에서도 성과나 나오고 있다. 종근당(185750)이 2022 20억 원을 투자해 지분 0.9%를 보유하고 있는 이엔셀은 지난해 9월 홍콩 루시바이오텍에 차세대 중간엽줄기세포 치료제인 ‘EN001’을 수출했다. 종근당은 이엔셀과 함께 세포유전자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어 추가 기술수출도 기대된다. 녹십자는 전략적 투자를 통해 지분 10.49%를 보유한 카나프테라퓨틱스와 최근 ADC 후보 물질을 공동개발하기로 하며 파이프라인을 확대했다.
제약사 투자가 실제 차익실현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휴젤(145020)은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던 올릭스의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매도해 최대 250억 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000100)도 2020년 시리즈B를 시작으로 투자를 늘려온 에이프릴바이오의 지분을 지난해 전량 매도해 221억 원의 투자수익을 챙겨 수익률 170%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통 제약사들이 바이오텍에 투자하는 이유는 서로 윈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텍은 전통 제약사로부터 자금은 물론 임상, 인허가, 약가, 마케팅 등의 노하우를 전수 받아 신약개발 속도와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전통 제약사들은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과 동시에 투자수익도 함께 노릴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있고 다양한 경험이 있다 보니 될 성 부른 바이오텍을 골라내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며 “제약사들과 바이오텍의 지분투자와 상호 니즈를 잘 파악하면 미래에 성장할 수 있는 바이오텍을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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