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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탄소중립' 비용 부담에…韓 철강 주가 -93%·부도율 31%P↑

■한은, 기후변화 리스크 스트레스 테스트

한국은행 본점. 사진 제공=한국은행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를 방치하면 2100년께 국내 금융사의 누적 손실이 46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철강과 정유사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으로 인한 탄소 감축 비용 부담에 부도율이 급증하고, 주가도 폭락할 수 있어 일부 산업에 대한 금융권의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18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은행·보험사에 대한 하향식(top-down) 기후변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BOK 이슈노트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후 대응이 국내 금융업계(은행 7개사·보험 7개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1.5도 대응(지구 평균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내로 억제,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2.0도 대응(2050년까지 온실가스 80% 감축 노력) △지연 대응(2030년부터 2.0도 대응으로 급선회) △무대응 등 네 가지 시나리오로 나눴다.

기후 리스크로 인한 금융 기관 14개사의 2024~2100년까지의 누적 손실은 1.5도와 2도 대응의 경우 각 26조 9000억 원, 27조 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지연대응의 손실 규모가 39조 9000원에 이르렀는데, 무대응시에는 이보다 큰 45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이 결과에 대해 한은은 “기후정책을 조기 도입시, 고탄소 산업 자산의 가치 하락 등으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기후정책 도입을 지연하거나,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경우 금융권의 손실은 큰 폭으로 확대된다”고 추정했다.

업권별로 방향성엔 차이가 났다. 은행권은 대출을 중심으로 한 신용손실 리스크가 큰 데 반해, 보험권은 채권·주식을 중심으로 한 시장 손실이 더 컸다. 채권의 경우 기후 리스크로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경우 채권 금리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평가 가치가 깎인다는 얘기다.



그 결과 기후 리스크를 방치할 경우 은행권은 국제결제은행(BIS) 자본비율이 규제비율(11.5%)을 하회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의 경우 지급여력비율이 40%포인트 넘게 낮아질 공산이 커졌다.

결국 한은은 장기 관점에서 금융권에 유력한 시나리오는 1.5도 대응인 반면, 무대응은 핵심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문제는 개별 산업이다. 1.5도 대응 시나리오 아래에서 철강산업의 2050년 부도율은 기후 리스크가 없다는 가정과 비교해 31.1%포인트 증가하고, 주가는 93%나 고꾸라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유 산업 역시 부도율이 12%포인트 뛰고, 주가는 53.4% 내려 앉았다. 이는 발전업의 부도율이 0.2%포인트 감소하고, 주가는 13.9% 상승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은은 “이번 시나리오는 은행사의 대출, 채권, 주식 포트폴리오가 작년 말과 동일하다는 것을 가정했다”면서도 “일부 업종의 신용도에 문제가 생기게 되면 대출을 줄이거나, 고탄소 산업에 대한 자산 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철강사들도 탄소 감축에 많은 기술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성과가 가시화되면 관련 우려는 상쇄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은 이번 연구 결과가 미국의 탄소 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올해 1월 미국이 기후변화협약에 탈퇴하면서 글로벌 탄소감축 노력이 위축될 경우 자연재해가 더 빈번하고 강력하게 발생하면서 금융기관의 자본비율 하방 압력이 증대될 가능성이 생기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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