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로 인한 집값 과열에 대한 우려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나왔다. 최근 경기 하방에 따라 추가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지만 집값과 가계대출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어 인하 시기와 속도가 조정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18일 공개한 2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A 금통위원은 “서울 강남 일부 지역의 토허제 해제 등으로 해당지역 주택가격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관련 부서는 “토허제 지정 해제 이후 대기매매 수요가 일부 거래로 이어지면서 최근에는 거래 체결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향후 매도·매수호가가 좁혀지고 해당 지역 아파트 거래가 빠르게 늘어날 경우 인근 지역의 주택 구매 심리를 자극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경계심을 높였다.
이는 한은이 최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통신보)와 궤를 같이 한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와 관련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서울 외 주변 지역으로 확산될지 우려하고 있다”며 “주택 거래가 늘면 1~2개월 시차를 두고 부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4조 3000억 원 늘어 넉 달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이날 의사록에서 B 위원 역시 “서울 일부 지역의 토허제 지정이 해제되면서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매도 호가가 급등했다”며 "수도권 여타 지역에서도 주택가격 선행지표들이 엇갈려 향후 주택시장이 선도 지역을 중심으로 과열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다만 금통위원들은 빠르게 식어가는 한국 경제를 위해서 금리 추가 인하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한 위원은 의사록에서 "국내 경기 부진이 내수를 중심으로 가시화하는 만큼 경기 회복에 좀 더 중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다른 위원 역시 "불확실성이 큰 대내외 환경 속에서 잠재성장률을 상당폭 하회하는 경기 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며 "지금은 크게 위축된 경제 심리 회복이 관건으로, 이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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