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이 우리투자증권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계기로 비은행 부문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와의 격차가 증권과 보험, 카드 같은 비은행에서 나오는 만큼 보험사 인수와 함께 증권업의 규모를 대폭 키우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9일 정례회의를 열고 우리투자증권에 대한 투자매매업(증권·인수업 포함) 변경 인가를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투자매매업은 단순히 중개(리테일)만 할 수 있는 투자중개업과 달리 증권과 채권을 증권사가 직접 사고팔 수 있는 자격이다. 기업공개(IPO) 주관이나 증자 등 투자은행(IB)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자격이다. 우투증권이 이번에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받았다는 것은 이제야 증권사로서의 온전한 역할을 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당초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 24일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증권의 합병 인가와 투자매매업 변경 예비 인가를 함께 의결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우투증권이 지난해 3분기 중 IB 업무를 개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316140)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문제로 전방위 검사가 시작되면서 모든 절차가 중단됐다. 이후 8개월 만에 본인가가 나오는 셈이다.
우투증권은 리테일과 기업금융을 주요 축으로 삼고 10년 안에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증권사에 주어지는 초대형 IB 자리에 오른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국내 초대형 IB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5개사다. 증권사와 기업금융에 강한 우리은행 사이의 시너지도 극대화한다. 이달 말 우리은행은 IB 부문 인력 140명을 서울 명동 본점에서 여의도 파크원 타워로 이전할 예정이다. 여의도에 있는 우리자산운용,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와도 자본시장 부문 협력을 강화한다. 우리금융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키우기가 쉽다”며 “우선 10위권으로 올려놓은 뒤 규모를 더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의 자본 비율이 개선되며 계열사 지원 여력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청신호다. 우리금융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13%다.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내놓은 잠정 수치 12.08%보다 0.05%포인트 높다. 이 비율이 12%를 웃돈 것은 지주 출범 후 처음이다. 우리금융은 올해 안에 보통주자본비율을 12.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실제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포트폴리오 재편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은행 순이익은 3조 394억 원으로 그룹 순이익(3조 860억 원)의 98.5%를 차지했다. 지난해 순이익 연간 5조 원을 돌파하며 금융지주 중 최대 실적을 거둔 KB금융의 경우 국민은행의 순이익은 3조 2520억 원으로 은행 비중이 64%에 그쳤다. KB손해보험(8395억 원)과 KB증권(5857억 원), KB국민카드(4027억 원) 등 주요 비은행 부문에서 재미를 보면서 우리금융과 순이익 차이가 약 2조 원에 달했다. 우리금융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순익 규모는 엇비슷하다”며 “문제는 비은행이며 우리금융은 은행 의존도가 절대적이라 이를 바꿔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의 은행 의존도는 신한과 하나와 비교해도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NH농협이 73.6%, 신한 81.8%, 하나 89.8% 등이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주요 은행의 순이익은 3조 원대로 모두 비슷한 반면 비은행에서 격차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은행의 성장성은 한계가 명확한 만큼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는 금융지주의 필수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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