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이나 자율주행 기술 등 한국의 지식서비스 산업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체 서비스 수출은 주요국에 비해 성장세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개발(R&D)에서 원천기술이 부족한 데다, 넷플릭스와 같이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어 부가가치 창출에 한계를 보인 영향이다.
한국은행이 20일 발표한 ‘우리나라 서비스 수출 현황과 나아갈 방향’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한국의 서비스 수출은 2010년 이후 2023년까지 연평균 3.8% 증가하는데 그치며 6~8%대 고성장세를 보인 인도, 중국에 한참 못 미쳤다. 같은 기간 미국,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4%대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그 결과 한국의 서비스 수출 글로벌 점유율은 2010년 1.9%에서 2023년 1.6%로 고꾸라졌다.
한은은 한국의 서비스 수출이 더딘 성장세를 나타낸 원인을 크게 대외적 요인과 대내적 요인으로 구분했다. 대외적으로는 지재권 사용료, 전문·경영 서비스에서는 선진국에 밀렸고 저임금 아웃소싱을 통한 정보·통신 서비스에서는 신흥국에 뒤처졌다.
가령 아일랜드는 2023년 현재 디지털 서비스 수출액이 3280억 달러로 세계 3위인데, 이는 글로벌 IT 대기업들의 유럽 거점 효과 덕분이다. 구글, 메타(페이스북), 애플 등 기업이 유럽 본사를 아일랜드에 두고 발생하는 유럽 대상 서비스 매출이 모두 아일랜드의 수출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대내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의 서비스 수출은 그동안 상품 수출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 탓에 성장세에 한계가 있었다. 한국 제조기업들이 현지시장 진출, 비용절감, 수출촉진 등을 목적으로 생산, 유통, 판매를 담당하는 현지법인을 설립해왔던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서비스 수출 중에서도 지식서비스 수출 성장세는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지식서비스는 크게 △지재권 사용료 △정보·통신서비스 △문화·여가서비스 △전문·사업서비스 등 4대 지식서비스 분야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지식서비스 수출은 2010~2024년 중 연평균 13.4% 증가하면서 전체 서비스 수출 증가율(3.8%)을 크게 상회했다. 이를 두고 한은은 “자율주행, 커넥티드 카와 같이 제조업과 서비스의 융합 트렌드 확산과 K팝, 웹툰, 게임 등 문화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 등에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한계도 존재한다. 제조기업들이 주로 수출하는 R&D 기반의 지재권은 국내 주요 기업의 본사와 해외 자회사간에서 이루어지는 거래가 대부분이다. R&D 기술 중에서도 원천기술 기반의 지재권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도 한국 기업들이 가진 약점이다.
영상 콘텐츠의 경우 주로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판매되고 있어 지재권 확보 및 이에 따른 콘텐츠 확장과 고수익 창출에는 제약이 있다. 한국의 문화·여가 서비스 수지는 흑자지만, 지재권 사용료 수지는 여전히 적자인 이유다. 한은은 “오징어게임과 같은 K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큰 성공을 거뒀지만, 수입의 상당부문은 지재권을 확보한 넷플릭스의 몫”이라며 “한국도 단순한 콘텐츠 용역에 그칠 게 아니라 일본의 닌텐도 처럼 콘텐츠 생산, 투자, 배급 등을 아우를 수 있어야 더 큰 부가가치를 낼 것”이라고 짚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