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펀드 운용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의 신임 대표로 이대희(사진) 전 중소벤처기업부 기획조정실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한국벤처투자는 지난 16개월 동안 지속된 대표이사 공백 상태를 마무리하게 될 전망이다. 앞으로 한국벤처투자는 새 대표 취임을 통해 신규 출자 재원 확보와 벤처·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 활동에 더욱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정치권 및 벤처 업계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최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이대희 전 기조실장을 제9대 대표로 추천했다. 이대희 한국벤처투자 대표 후보자는 향후 정부의 인사 검증 절차를 거친 뒤, 이르면 4월 공식 취임해 3년간의 임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대희 후보자는 최근 중기부 기조실장직을 사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벤처투자는 주로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이 조성하는 벤처펀드에 마중물 자금을 출자하는 모태펀드 운용 기관이다. 모태펀드는 중기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용노동부, 환경부 등 주요 정부부처의 예산을 출자받아 조성한 모(母)펀드다. 매년 각 정부부처로부터 예산을 출자받고 있으며, 지난해 말 기준 약정액은 9조 8617억 원에 달한다.
이 후보자는 1970년생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와 영국 버밍엄대 경영학 석사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37회로 1994년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에서 26년간 근무하다 2022년 중기부로 옮겨, 소상공인정책실장, 중소기업정책실장, 기조실장 등을 역임했다. 30년 이상 공직에 몸담아 오는 동안 현장 친화적인 정책 수립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 후보자는 기재부와 중기부 요직을 두루 경험한 만큼 여러 정부부처의 예산이 투입돼 운용되는 모태펀드 운용기관의 수장으로서 적임자로 꼽힌다. 각 부처 간 예산 협의와 조정 과정에서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다.
이 후보자가 한국벤처투자 대표로 취임하면, 2005년 기관 설립 이후 처음으로 관료 출신이 수장을 맡게 된다. 그동안은 주로 금융권 출신 인사들이 한국벤처투자 대표직을 차지해 왔다. 이들은 민간의 선진 투자 기법을 모태펀드 운용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부분에서 강점이 있었지만, 각종 신규 사업 진행 과정에서 주무부처인 중기부의 입김에 자유롭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반면 이 내정자는 중기부 고위직 출신인 만큼 한국벤처투자의 독립적인 운영 체계를 확립하는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벤처투자 인사에 정통한 정부 측 관계자는 "사실상 이 전 실장이 한국벤처투자 대표로 유력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관료 출신으로 여러 정부부처와의 원활한 소통 능력이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VC 대표 중 이 후보자와 서울대 경영학과 동문으로는 신기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대표,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안근영 LB인베스트먼트(309960) 투자부문대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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