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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깎아 달라"…2차전지·석화 등 한계업종 '아우성'

경총 "기업 전기료 2년새 36%↑"

전력산업기금 부담금 감면 요청

형평성 문제에 수용은 어려울듯

전남 여수시 여수 산단 야경. 연합뉴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 공급과잉,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으로 한계에 몰린 산업계가 전기요금 감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때까지만이라도 전기요금 부담을 낮춰 달라는 취지다. 다만 특정 산업·지역을 지원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어 정부가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포스코퓨처엠 등 2차전지 업계는 최근 정부에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현재 전기요금의 3.2%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으로 부과되는데 이를 감면해달라는 것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7월부터 부담금 요율을 기존 3.7%에서 3.2%로 낮췄지만 같은 해 10월 말 산업용 전력량 요금을 평균 9.7% 인상한 바 있다. 특히 주로 대기업과 같은 대용량 고객이 사용하는 산업용(을) 전력량 요금은 1킬로와트시(㎾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나 올랐다.





석유화학 업계도 전기요금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최근 ‘석화 산업 위기 극복 긴급 과제’를 정부에 제출하고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에 대한 산업용 전기요금을 감면해달라고 요청했다. 지역산업위기대응법에 따라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금융·재정, 고용 안정 지원 등을 받을 수 있는데 전기요금 감면도 추가해달라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국내 최대 석화 산업단지가 소재한 전남 여수시를 산업위기 선제 대응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경협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LG화학·롯데케미칼·금호석유화학·한화솔루션 등 주요 석화 업체들이 전기요금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석화·2차전지를 비롯한 산업계가 전기요금 부담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산업용 전기요금은 총 7회, 1㎾h 당 최대 80원 인상됐다. 같은 기간 주택·일반용 전기요금 인상 폭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이에 경총이 1~2월에 화학·철강 등 전기요금에 민감한 112개 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이 매년 납부한 전기요금은 2022년 평균 481억 5300만 원에서 지난해 656억 6900만 원으로 36.4% 늘었다. 특히 대기업이 지난해 납부한 평균 전기요금은 2년 전보다 40.7% 급증한 2344억 4900만 원에 달했다. 기업들의 전체 매출액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7.5%에서 10.7%로 커졌다.

산업계에서는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설비 가동 시간까지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한국전력에 따르면 한전이 올해 1월 제조업계에 판매한 전력량은 총 2만 1424기가와트시(GWh)로 전년 동월 대비 4.9% 감소했다. 이는 2023년 7월(-5.1%)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 감소한 것으로, 총 전력 판매량 감소 폭(1.7%)을 크게 웃돌았다. 한경협 측은 “석화 산업은 주요 생산비 중 전력 비용이 약 3.2%에 달한다”며 “독일·유럽연합(EU) 등 주요 경쟁국들은 자국 내 제조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현재 모든 제조 기업에 대한 전기세를 기존 1㎾h 당 1.537센트에서 EU 최저 수준인 0.05센트로 인하했다. EU는 미국·중국 등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역내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달 말 △회원국에 전기세 인하 권고 △에너지 연합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저렴한 에너지 행동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정부는 특정 업종·지역에만 특혜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업황이 힘들 때 깎아주면 잘될 때는 더 내야 하는데 그렇게는 안 되지 않느냐”며 “특혜를 주게 되면 결국 모든 업종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2022년 기준 1메가와트시(㎿h) 당 144.7달러였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34.1% 저렴한 수준”이라며 “게다가 지난해 대대적인 부담금 개편에 따라 오는 7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요율도 2.7%로 추가 인하하기로 해 더 낮추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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