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개척해야 합니다. 여기서 멈추거나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야놀자의 창업자인 이수진 총괄대표는 이달 2일 경기 성남시 판교 텐엑스타워에서 열린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AI 기술과 고유의 여행 특화 데이터로 세상의 여행 산업을 재정의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총괄대표는 “세상 모든 이들의 행복한 꿈의 여행을 실현시키겠다"며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 미래를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총괄대표는 야놀자가 여행 앱 운영사가 아닌 AI를 탑재한 글로벌 트래블 테크 기업으로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야놀자의 행보에 대해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야놀자는 고도로 진화한 AI 에이전트가 보편화된 미래를 전망하며 이에 맞춰 사업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공개했다. 미래에는 AI가 이용자의 요청에 맞춰 직접 상품을 탐색하고 비교해 이용자에게 최적의 선택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화할 전망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AI에 ‘이번 주말 대만 가는데 조용한 숙소 찾아줘’라고 요청하면, AI가 야놀자를 포함한 다양한 플랫폼을 비교 분석해서 최적의 숙소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AI가 검색과 실행 주체로 바뀌어 사람이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도 없다. 사람이 널리 쓰는 기기의 폼팩터(제품 형태)가 스마트폰이 아닌 AI 에이전트에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로 전환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종윤 야놀자클라우드 대표는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생성형 AI에 기반한 폼팩터와 인터페이스가 등장하며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서비스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야놀자는 확실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야놀자는 AI 에이전트가 먼저 손을 내미는 글로벌 여행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 마치 컴퓨터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OS) 윈도우 위에서 작동하듯 AI 에이전트가 야놀자의 시스템 위에서 실행되도록 구축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야놀자는 AI·데이터 기반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확장하며 전 세계 206개 국에서 133만 개 이상의 호텔·여행 사업자에게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2만 개 이상의 글로벌 여행 세일즈 채널을 데이터 기술로 연결하고 있다. 시스템을 정교하게 발전시키는 한편숙소 가격, 예약 가격 여부, 조건, 리뷰, 선호도, 결제 정보 등 여행 특화 데이터를 확보하며 트래블 AI 에이전트가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AI 공룡 기업들은 야놀자의 비전에 공감하고 있다. 챗GPT를 앞세워 생성형 AI 업계에서 초격차를 벌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오픈AI는 ‘오퍼레이터’의 한국 파트너로 야놀자와 카카오(035720)만 선택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네이버와도 협업하고 있다. 이 총괄대표는 ‘AI 기업들이 야놀자와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어한다”며 “많은 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놀자는 숙박을 넘어 여행 전반의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이동 편의도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우버와 그랩 등 글로벌 주요 모빌리티 플랫폼과 논의하고 있다. 아울러 구글과 협의를 통해 구글 맵 정보를 활용해 식당 정보도 연계하겠다는 계획이다. 여행의 출발과 도착, 식당까지 연동하는 AI를 기반으로 트래블 생태계의 '허브'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야놀자는 자체 거대 언어모델(LLM)도 개발하며 여행산업 AI 에이전트를 스스로 개발할 역량도 키우고 있다. 자체 AI 모델 ‘이브’(EEVE)가 대표 사례다. 이브는 번역, 리뷰 요약, 상품 비교 서비스 등을 제공해왔다. 김 대표는 “차세대 폼팩터 시장을 독점할 기업들과 협력도 하는 동시에 경쟁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진화하는 야놀자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야놀자는 기술 역량을 기반으로 5년 이내로 연간 거래액 100조 원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잇다. 지난해 연간 기준 거래액은 전년 대비 186% 증가한 27조 원이다. 야놀자의 미국 나스닥 상장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아데나 프리드먼 나스닥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행사에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참가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다만 야놀자는 증시 상장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IPO 시기는 굉장히 자유로운 편”이라고 말했다.
다만 여행 산업이 경기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가 침체되면 여행 수요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크레더블은 지난해 5월 야놀자의 신용등급을 BBB0으로 평가했다. 이 등급은 채무이행 능력이 양호하나, 장래경기침체 및 환경변화에 따라 채무이행 능력이 저하 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을 경우 부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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