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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앤장 등 서울대 로스쿨 입도선매…지방은 절반 이상이 '반수'

[길 잃은 로스쿨]<중> 양극화의 늪

법률시장 침체·판검사 인기 하락

상위권 출신, 대형 로펌행 공고화

인서울도 톱5 아니면 입사 어려워

학벌 줄세우기 司試때보다 더 심화





“정원이 130명인데 100명이 반수 준비를 하더라고요.”

한 지방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학년 학생 A 씨는 입학 후 바로 법학적성시험(LEET·리트) 책을 다시 펼쳐들었다. 그는 “서울 로스쿨로 가기 위한 반수 준비를 숨기는 분위기도 아니다”라면서 “심지어 면접 스터디도 학교 내 동기들과 같이한다”고 털어놓았다.

법조 시장에서도 ‘지역 균형’을 이루겠다던 로스쿨이 사실상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다. 10일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지방 로스쿨 학생 중 반수를 준비하는 비율이 2022년 48%에서 지난해 55%로 7%포인트 증가했다. 반수 비율은 2023년부터 절반을 넘어섰다. 반면 서울 로스쿨 학생의 같은 기간 반수 비율은 52%에서 45%로 줄었다. 고등법원 소재지 관할 지역을 기준으로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눠 25개 로스쿨을 인가한 최초의 설립 취지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실제 서울대 로스쿨에 결원이 생기면 나비효과로 ‘연대·고대→인 서울 로스쿨→지방대 로스쿨’이 들썩인다. 한 지방대 로스쿨 학생 B 씨는 “원래 서울대는 반수생을 안 받아줬는데 반수생을 받기 시작하면서 연대·고대에서도 반수 인원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미친 학벌주의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체된 법률 시장과 판검사 선호도 하락은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부채질한다. 김앤장·태평양 등 국내 주요 10대 로펌의 신입 변호사 수는 2022년 296명에서 지난해 255명으로 13.8% 줄었다. 학생들은 오직 대형 로펌 입사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한 로스쿨 재학생은 “과거에는 지방 로스쿨이라도 법원 등에서 경력을 쌓으면 대형 로펌에 입사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경력직으로도 들어가기 어려워진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신규 임용된 검사 93명 중 39명(41.9%)이 지방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이다. 이른바 ‘SKY(서울대·연대·고대) 로스쿨’ 출신은 16명으로 전체 대비 17%에 불과했다. 판사 후보군으로 불리는 로클럭(재판연구관)도 SKY 출신이 지난해 13.6%로 전년 대비 4.8%포인트 줄었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대형 로펌행이 가속화된 탓이다. 한 지방 로스쿨 학생은 “지방은 일단 유명한 로펌에는 가지 못한다”면서 “검사나 판사라도 안 되면 흔하디 흔한 ‘서초동 변호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생은 “서울대 출신 100명이 대형 로펌에 갈 수 있다고 하면 연고대는 20~30명, 성균관대·한양대·이대는 5~10명이 공식”이라고 전했다.

지방 로스쿨이 ‘인서울 로스쿨’을 가기 위한 정거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인서울 로스쿨도 상위 4~5위 내 로스쿨이 아니면 전망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서열화가 고착화되는 상황이다. 사법고시 폐지와 로스쿨 도입은 ‘서울대 법대’ 중심의 법조 시장을 바꾸겠다는 시도였으나 현실에서는 대형 로펌 입사를 위한 극단적인 ‘학벌 줄 세우기’가 해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장과 겸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법학계는 지금 굉장히 절박한 상황”이라면서 “물에 빠져서 익사 직전이라는 수준의 위기의식이 있다”고 말했다.

10일 법무부에 따르면 1~13회 변호사시험 로스쿨별 응시자 대비 누적 합격률은 서울대(83.3%), 연세대(78.1%), 고려대(77.6%) 순이었다. 하위 3개 학교는 원광대(32.2%), 제주대(36.2%), 동아대(37.3%) 등이다. 13회 시험의 경우 이른바 상위 3개 학교의 합격률은 79.7%에 달한다. 하위 3개 학교는 같은 기간 30%였다. 무려 약 50%포인트 차이다.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로스쿨 간의 합격률 격차가 벌어진다는 점이다. 상위 3개교의 1~13회 누적 합격률은 79.9%로 가장 최근 시험 합격률과 거의 비슷했다. 하지만 하위 3개교는 13년 평균 35%에서 매년 떨어지며 13회에는 30%대 붕괴 직전이다. 이러다 보니 지방 로스쿨 학생들이 학교를 떠나려 하고 지역의 법학 교육 현장은 무너지고 있다. 한 지방 로스쿨 학생은 “실무 출신 교수가 적어 변호사시험과 적합한 수업이 많지 않다”며 “수업 시간에 대놓고 변시 인강을 듣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했다.

서울 주요 로스쿨의 우수한 변시 합격률은 ‘상위권 로스쿨=대형 로펌 입사’라는 공식을 만든다. 10대 로펌은 이미 로스쿨 실습생들 대상의 ‘얼리컨펌(졸업 전 채용)’ 방식으로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는데 입사 가능한 학교는 ‘SKY로스쿨’에 이어 성균관대·한양대 정도에서 문이 닫힌다고 한다. 실제 지난해 10대 로펌 신입 변호사 255명 중 이들 5개 로스쿨 출신 비율은 85%에 달한다. 동시에 10대 로펌에 입사하는 신입 변호사 정원은 2022년 296명에서 지난해 255명으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대형 로펌의 문이 좁아지다 보니 반수 수요는 더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특히 대형 로펌들은 드러내 놓고 상위권 로스쿨 학생들을 입도 선매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이 1학년 여름으로 컨펌 시기를 앞당기자 다른 로펌도 이 같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컨펌 시기가 빨라지는 것은 상위권 학교 인재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대 로스쿨은 1학년 컨펌을 제한한다고 하지만 공식적인 인턴 없이 식사나 모임 자리 등으로 자기소개서를 받아 학생들의 프로필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로펌들의 컨펌 경쟁으로 컨펌을 받은 학생끼리 정보 공유와 추천을 통해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인서울 중위권 로스쿨 출신도 이제 컨펌을 받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대형 로펌이 상위권 로스쿨 학생만 뽑는 현상이 강화되니 지방 로스쿨은 갈수록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로스쿨 졸업생들이 바라는 일자리는 줄어드는데 변호사 공급은 계속 늘어나는 것도 로스쿨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요소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따르면 2009년 1만 1016명이던 변호사는 지난해 3만 6370명이 됐다. 여기에 매년 1700명 이상 변호사가 배출되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날 성명을 내고 “변호사 업계가 겪고 있는 심각한 현 상황을 인식해 법무부는 신규 변호사 배출 수를 1200명 이하로 대폭 감축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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