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채권과 달러화 수요가 낮아지면서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그러나 정작 원·달러 환율은 위안화 약세에 묶여 크게 내려가지 못하고 하단이 막힌 상황이다. 채권 시장은 외국인 선물 매수세로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5원 내린 1449.9원에 오후장을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2.4원 내린 1454.0원에 거래를 시작했는데 장초반인 9시 18분께부터 1457.2원으로 고점을 높였다. 이후 달러화 약세에 따라 10시 28분께에는 1446.8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다만 달러화 약세에 비해 낙폭은 크지 않았다는 평가다. 위안화가 지속해서 약세를 보이는데다, 위험회피 심리에 증시에서 외인 이탈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수입업체의 결제 수요 유입에 하단이 지지됐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달러 급락 상황만 놓고 보면 1400원대 중반을 가리켜야 마땅했다"면서 “다만 외국인들이 달러 매도세를 보인 것에 비해 원화 매수 심리가 약했던 것이 환율 낙폭을 제한시킨게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다.
최근 달러 표시 자산은 연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연 4.42%로 0.9%포인트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미국을 향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는데다 중국의 미국채 매도 확대 우려 등이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달러화도 약세다. 이날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장중 100선 마저 무너졌다. 이는 2023년 7월 중순 이후 최저 수준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시장 약세에 비해 국내 채권 시장은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국채 급등 원인이 글로벌 펀더멘털 전체를 향한 문제가 아니라 당장은 미국 고유 요인 비중이 큰 이유다. 이날 오전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22%포인트 하락한 연 2.415%를 나타냈다. 10년물은 0.026%포인트 오른 연 2.728%를 나타냈다. 오후 4시 현재 외인은 3년 만기 선물을 1만6740계약 순매수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미국채 약세(금리 상승)에 비해 한국 시장은 그나마 선방하는 것 같다”면서도 “다만 글로벌 벤치마크인 미국채 10년물이 크게 흔들리면, 이제는 안전자산이 무엇인가에 대한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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