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7일 2분기 첫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했다. 미국발 관세 폭격으로 경기 하강 압력이 커지고 있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2월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내릴 경우 환율 불안이 더 심화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11월 2연속 금리를 내린 뒤 올 2월 추가 인하에 나서 기준금리를 2.75%까지 끌어내렸다. 계엄·탄핵 정국에 내수가 극도로 위축됐고 미국의 관세 정책으로 올해 성장률이 1% 중반대에 그칠 것으로 보이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 인하 카드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성장률만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이번에 동결한 것은 환율 등 여러 변수 때문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말 1470원대에 진입하더니 이달 9일 상호관세가 본격적으로 발효되자 1484.1원까지 치솟았다. 이후 상호관세 유예 소식 등과 함께 이번 주 들어서는 1420원 대로 급락(원화 가치 상승)했다. 불과 10여일 사이에 환율 등락폭이 60원대가 넘었다. 이처럼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차이가 확대돼 언제든지 환율이 다시 요동칠 수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환율의 특정 수준보다 변동성 확대를 더 경계하며 관리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이 밖에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에 따른 가계 대출 급증, 추가경정예산(추경) 최종 규모와 집행 시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시기 등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다수 전문가들도 이번 금통위에서는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실시한 ‘서경 금통위 서베이’에 따르면 국내 대학교수 및 채권 전문가 20명중 18명(90%)은 한은 금통위가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관건은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이다. 한은이 미국발 관세 충격 등을 반영해 다음 달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보다 대폭 낮춘다면 바로 5월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금융시장 불안정이 지속될 경우 한 차례 더 숨을 고른 뒤 7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성장률을 한은이 제시한 1.5%보다 0.7%포인트 낮은 0.8%로 전망한다”면서 “한은의 2월 경제 전망 이후 미국의 관세 정책이 빠르게 바뀌면서 수출 불확실성이 매우 커진 상황으로 5월에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저망했다.
반면 허인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의 역할이 중요한 상황에서 새 집권당이 어떤 기조로 나오는지 지켜본 다음 하반기에 금리를 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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