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입자가 고체 안에서도 액체처럼 흐르게 할 수 있는 기술을 한일 공동 연구진이 개발했다. 내부를 모두 고체로 만들어 폭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전고체전지 구현을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광주과학기술원은 김상륜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원자력연구원, 일본 도쿄과학대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분자성 착이온을 활용해 고체 내 수소음이온의 전도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에 이달 17일 게재됐다.
현재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는 내부에서 전기가 통하는 물질인 전해질이 액체로 이뤄져 있다. 전기 전도도 등 성능이 높지만 액체에 의한 폭발과 화재 위험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액체 대신 고체에서도 전기 입자가 흐를 수 있는 전혀 다른 방식의 에너지 이동 기술을 개발해 배터리는 물론 연료전지, 수전해 기술 개발의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
수소 음이온은 음(-) 전기를 띤 전기 입자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고체 안에서는 입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지만 특정 이온은 가능하다는 것을 연구팀이 입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수소 음이온을 분자성 착이온, 즉 중심 원자에 여러 개의 분자나 이온이 붙어있는 구조로 한몸처럼 움직이는 다(多)원자 이온으로 만들었다.
연구팀의 실험결과 착이온은 전기를 띤 입자들 사이의 힘인 정전기적 상호작용이 약한 곳에서는 낮은 에너지 장벽을 형성해 기존 이온보다 쉽게 고체 사이를 이동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에너지 장벽은 입자가 물질 내에서 이동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크기, 즉 가상의 장벽이고 고체는 이 장벽이 높아 입자가 자유롭게 움직이기 힘들다. 착이온은 특유의 성질 덕에 고체 안에서도 장벽이 낮은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세계 최초로 착이온에 의한 수소음이온 전도를 구현한 사례”라며 “수소 기반의 새로운 친환경 에너지 기술 개발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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