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차·기아 협력 업체에 6300억 원 규모의 우대 금융이 제공된다. 현대차와 하나은행이 한국무역보험공사에 400억 원을 출연해 수출 공급망 기업에 대한 보증을 강화하기로 하면서다. 민간기업이 무보의 수출금융 기금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기업들의 상생 노력을 호평하며 미국발 관세 파고를 넘기 위한 정책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장관은 18일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제조·수출 기업 디와이오토에서 열린 ‘수출금융 지원 업무 협약식’에 참석했다. 협약식에는 성 김 현대차그룹 사장과 이호성 하나은행 행장, 장영진 무보 사장도 자리했다.
이번 협약으로 만들어지는 ‘수출 공급망 강화 보증’은 현대차가 100억 원, 하나은행이 215억 원을 출연해 협력사에 총 6300억 원 규모의 우대 금융을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보증을 받는 기업의 보증료율은 1%에서 0.65%로 인하된다. 보증 기간 역시 기존 1년에서 3년으로 확대돼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
여기에 더해 하나은행은 무보 보증을 바탕으로 협력사가 대출을 받을 경우 금리를 최대 2%포인트 인하할 예정이다. 또 하나은행은 협력사가 무보에 납부하는 보증료를 최대 2년간 대납하는 데 85억 원을 추가로 지원할 방침이다.
앞서 산업부는 5월께 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대기업도 무보에 출연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을 개정한 바 있다. 김 장관은 “발상을 전환하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기존에 없던 것을 해낸 것 아니냐”며 “길을 뚫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 의견을 달라”고 강조했다.
이날 협약식이 열린 디와이오토는 수출 공급망 강화 보증 1호 기업이 됐다. 산업부에 따르면 디와이오토는 이를 바탕으로 약 200억 원의 자금을 확보해 원자재 확보와 수주 확대에 나설 예정이다. 임연찬 디와이오토 대표 역시 “이번 지원을 계기로 강철 같은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디와이오토에 이어 현대차 협력사인 서진산업과 엔티엠도 2·3호 보증 기업으로 선정됐다.
한편 협약식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구체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재홍 서진산업 대표는 “중견기업이 미국 등 현지에 진출할 때 합작법인 설립과 생산시설 투자 과정에서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며 “전동화와 같은 패러다임 전환에 필요한 연구개발(R&D)에도 세제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장관은 “지난달 관세 협상 타결을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주요국 대비 불리하지 않은 경쟁 조건을 확보했다”면서도 “수출 애로 해소, 대체 시장 진출, 세제·자금 지원 등 후속 대책을 마련해 우리 산업의 근원적 경쟁력을 압도적으로 높여나가겠다”고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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