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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원전 짓는데 15년, 현실성 없어"…신규 건설 사실상 중단

■李대통령 100일 회견

"태양광·풍력은 1~2년이면 완공"

재생에너지 활용 전력공급 강조

李 '15년' 발언…실상은 '5~7년'

EU·美 친원전 기조속 韓만 역행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원자력 발전소는 짓는 데만 15년이 걸리기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대대적으로 키워야 한다”고 원전 추가 건설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다. 정부는 앞서 올해 2월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8년까지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를 건설하기로 했는데 이를 백지화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원전 건설에 최소 15년이 걸린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뿐더러 친원전 정책에 힘을 싣는 글로벌 추세에도 역행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개최한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기자회견’에서 “원전을 지어서 가동하기까지 최소 15년이 걸리고 지을 곳도 지으려다 중단한 한 군데 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SMR에 대해서는 “기술 개발이 아직 안 됐다”고 일축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글로벌 탄소 중립 이행 과제 때문에 화력발전소 역시 건설할 수 없다”며 “지금 당장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데 그 전력을 가장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것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건설 기간이 1~2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공급이 더 빠른 길이라는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이다. 그는 “수십 기가와트(GW)의 전력이 필요한데 이 엄청난 에너지 요구량을 지으려면 원전을 30개 넘게 지어야 한다”며 “결국 재생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다”고도 말했다.

이 대통령은 원전 신규 건설 계획이 담겼던 11차 전기본에 대해서도 “그대로 되지 않을 테니 통과된 것이었고 그러니 보고만 하고 끝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전기본은 에너지 전문가들이 모여 향후 15년간의 전력 수급 전망 및 구상을 분석해 꾸린 국가 최상위 전력 계획으로 재생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송변전 설비 등 모든 에너지 계획은 전기본을 기반으로 설계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가동 기한이 지난 것도 안전성이 담보된다면 연장해서 쓸 것이고 현재 짓고 있는 것도 잘 짓겠다”며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합리적으로 섞어서 쓰겠다는 에너지믹스 정책에는 변함이 없고 최종적으로 재생에너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원전 산학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됐던 탈원전 정책과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기복 한국원자력학회장은 “11차 전기본을 통해 정부가 국가 계획으로 세운 것을 다시 공론화하겠다는 것은 공론화를 핑계로 탈원전을 하겠다는 이야기와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며 “또 15년 뒤에 에너지 수요가 줄어드는 것이 아닌 만큼 미리 준비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일 텐데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는커녕 이를 철회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이 대통령이 언급한 15년의 건설 기간도 사실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웨스팅하우스나 프랑스전력공사(EDF)의 경우 공사 속도가 느리고 기간이 당초 계획보다 길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은 국내에서도 ‘온타임위딘버짓(on time within budget·적기에 예산 내 시공)’ 원칙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는 1971년 11월 착공해 약 6년 만인 1978년 4월 준공됐다. 신고리 1·2호기를 건설하는 데는 5년도 걸리지 않았다. 몇 차례 공사가 중단돼 가장 오래 걸렸던 새울 2호기도 착공 이후 약 12년 만에 완공돼 상업운전에 나섰다.

한편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유럽·미국 등이 친원전 정책에 힘을 싣고 있는 추세와도 역행한다. 유럽 최고 법원이 최근 원자력 발전도 친환경 에너지라는 유럽 집행위원회(EC)의 판단이 옳다고 손을 들어주면서 유럽 내 원전 정책은 다시 한 번 추진력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원전을 활용하는 데 있어 불확실성이 해소된 것이다. 미국 역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원전 르네상스’를 공식 선언하며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현재의 4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로 한 상황이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한 의견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 기능을 떼내 환경부와 합칠 경우 에너지 정책이 규제 일변도로 갈 수 있다는 지적에 “기후에너지부를 만들어 환경부를 갖다 붙였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라며 “모든 국정은 최종적으로 대통령 관할 아래 피라미드처럼 돼 있는 것이고 어디서 갈라지느냐는 부처 안이 될 수도, 부처 단위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에너지 분야는 오히려 내부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낫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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