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며 3500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투자자 체감은 사뭇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수 상승분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이들의 등락이 전체 지수를 크게 움직였고 다수 종목이 상승 흐름에서 소외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별 종목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대형주 매수에 힘입어 높은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외국인과 달리 지수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보다 17.54포인트(0.51%) 오른 3486.19에 장을 마쳐 9월 들어 9.42%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한때 3494.49까지 올라 전날 기록한 장중 사상 최고치(3482.25)를 재차 경신했다. 최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과 미국 금리 인하 전망이 맞물리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결과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7조 5346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다만 세부적으로 보면 지수와 개별 종목의 성과는 차이가 크다. 전날 기준으로 코스피에서 주가가 상승한 종목은 293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 종목은 491개로 200개가량 많았다. 코스닥 시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상승 종목이 686개에 그쳤지만 하락 종목은 946개로 집계됐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이날도 국내 증시는 강세를 보였으나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과 차익 실현 욕구로 인해 상승 탄력이 둔화했다”며 “반도체를 제외하고 뚜렷한 주도 업종이 부재한 가운데 코스피·코스닥 상승 종목 비율은 30% 수준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종목별 확산 정도를 보여주는 ‘ADR’ 지표도 대형주 쏠림을 방증했다. ADR은 일정 기간 상승 종목 수를 하락 종목 수로 나눈 값으로 100% 이상이면 상승 종목이 더 많다는 의미다. 9월 평균 ADR은 95.25%로 기준선 밑에 머물렀다. 이달 초 80%대 초반까지 떨어진 후 중순께 일시적으로 100%을 넘어섰지만 평균적으로는 하락 종목이 우위를 보였다. 지수는 고점을 경신했지만 장세의 온기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는 못한 셈이다.
이는 투자 주체별 수익률의 격차에서도 드러났다. 개인투자자의 9월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은 한화오션(042660)·삼성SDI(006400)·현대차(005380)·POSCO홀딩스(005490)·HJ중공업(097230)·농심(004370)·LG에너지솔루션(373220)·현대건설(000720)·카카오페이(377300)·HD현대중공업(329180) 등이다. 이들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3.72%로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을 한참 밑돌았다. 급등세를 보인 HJ중공업(50.69%)과 농심(11.10%)을 제외하면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지수 상승을 견인한 대형주를 집중 매수해 쏠쏠한 수익을 거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전자우(005935)·삼성전기(009150) 등 반도체 관련주를 비롯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현대로템(064350) 등 방산주가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외국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삼성전자는 이날 4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하며 지난해 7월 19일(503조 8496억 원) 이후 처음으로 시총 500조 원을 탈환하기도 했다. 10개 종목의 9월 평균 수익률은 17.01%로 개인이 담은 종목의 네 배에 달했다. 자금이 집중된 대형주 중심으로 지수를 끌어올린 구조가 외국인 수익률 ‘완승’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투자자 체감과 지수 흐름 사이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면서 개미 투자자의 한숨도 커지고 있다. 종목 토론방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지수는 오르는데 왜 내 계좌만 역주행이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개인의 거래 대금 상위 종목들조차 지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상당수 투자자는 계좌에서 상대적으로 아쉬운 수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대형주 주도의 지수 오름세가 계속된다고 보고 있다. 다만 투자 수익률 격차를 줄이고 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수급 분산과 중소형주 랠리가 해결 과제로 꼽힌다. 금융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는 대형주 중심의 국지적 상승에 가깝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업종으로 온기가 확산하지 않으면 지수와 체감 괴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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