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장기 국채금리가 확장 재정 기조와 정치 불안 여파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국은 낮은 부채비율과 높은 국내 투자자 비중으로 급등 위험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재정 확대 기조에 따른 수급 리스크로 인해 외국인 장기 투자 유입 확대와 함께 부채 증가 속도 관리의 필요성이 함께 제기됐다.
안재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5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선진국 중심으로 장기국채 금리는 우상향, 단기 금리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됐음에도 미국·영국·유럽의 확장 재정과 통화 약세가 겹치면서 10~30년물 금리 상승폭이 확대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미국도 재정적자의 대부분을 시장성 국채로 충당하는 구조라는 점에서 장기물 금리의 상방 압력이 강화하고 있다.유럽의 경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이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수준까지 국방비를 늘리기로 합의하면서 재정 지출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안 연구위원은 "매년 국방비 0.28~0.36%포인트, 재량지출 0.13~0.16%포인트 확대가 필요해 국채 발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국제통화기금(IMF) 추정에 따르면 재량지출이 GDP 대비 1%포인트 늘 때 10년물 금리는 20~30bp(bp=0.01%포인트) 상승한다"고 말했다.
유럽에서는 관세·무역정책 불확실성과 정치 불안이 통화 약세와 결합하면서 프랑스·영국을 중심으로 장기금리 상승폭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높아진 재정적자 우려에 통화 약세 압력이 맞물리면서 만기가 긴 국채에 대한 금리 상승폭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안 연구위원은 "2009~2012년 유럽 재정위기와 달리 현재는 증시가 호조세를 보이고 있고, 유로화도 올 4월 이후 달러 대비 절상 흐름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디폴트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은 상대적으로 구조적 완충력이 있어 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 부채 비율이 IMF 권고 기준인 GDP 대비 60~70%에 못 미치고, 국고채의 77%를 국내 기관이 보유하고 있어 유럽처럼 금리가 급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국채 발행 속도는 문제로 지적됐다. 안 연구위원은 "올해 총 발행액은 230조 원, 내년은 232조 원으로 팬데믹 이전 연간 100조 원 안팎이던 수준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특히 상반기 발행 쏠림이 나타나면서 단기 수급 불균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안 연구위원은 당장 리스크가 크진 않지만 꾸준한 개선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장기 투자 유입 확대가 과제"라며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외환시장 거래시간 확대 등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자체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현 추세라면 3~4년 내 60%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며 "속도를 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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