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검사를 할 때 암세포가 정상보다 큰 핵을 지닌 경우가 관찰될 때가 있다. 그간 의학계는 이런 상황을 암이 악화된다는 신호로 여겼지만 정확한 원인과 영향은 밝혀지지 않았다.
KAIST는 김준 의과학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 핵 비대가 악성화의 원인이 아니라 복제 스트레스에 따른 일시적 반응이며, 오히려 전이를 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암세포에 흔한 DNA 복제 스트레스(세포가 DNA를 복사할 때 생기는 부담·오류 신호)가 핵 속 ‘액틴’ 단백질을 뭉치게 만든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핵을 크게 만드는 직접 원인이 된다. 이번 결과는 암세포 핵 크기의 변화가 단순히 ‘암세포가 이득을 보기 위해 진화한 형질’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암세포의 전이 가능성에 제약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연구진은 “이번 발견은 암 진단과 전이 억제를 위한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연구에서는 핵 크기 변화가 암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는지, 또는 전이 억제와 관련된 단서가 될 수 있는지 탐구할 필요가 있다. 핵 비대가 복제 스트레스에 대한 일시적 반응일 수 있으며, 반드시 암의 악성화를 뜻한다고만 볼 수는 없다는 의미다.
김준 교수는 “DNA 복제 스트레스가 핵 크기 균형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확인, 오래된 병리 관찰의 배경 기전을 설명했다”며 “앞으로 암 진단과 전이 예측에 핵의 구조 변화를 새로운 지표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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