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와 유사하게 만들어진 미니 장기모델인 오가노이드에서 발산하는 전기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신약 후보물질의 효과를 직접 분석·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개발됐다. 여러 약물과 농도를 동시에 실험하며 실제 신경신호 반응으로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신약 개발 시간·비용을 줄이고 환자 맞춤형 치료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고려대의료원에 따르면 조일주 고려의대 융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 조승우 연세대 생명공학과 교수, 강훈철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교수, 신효근 경북대 전자공학부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차세대 약물 스크리닝 시스템을 개발했다. 연구 성과는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IF=14.1)에 ‘다중 뇌 오가노이드의 전기생리학적 활동을 활용한 원스텝 약물 스크리닝 시스템’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연구팀은 소아 뇌전증 환자의 줄기세포로 뇌전증 오가노이드 모델을 제작해 직접 신경 신호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약물이 실제로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즉각 확인할 수 있었다. 의료원은 “기존의 간접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최대 10개의 뇌 오가노이드를 동시에 배양할 수 있는 플랫폼도 개발했다. 플랫폼 시스템이 미세유체 칩을 내장해 각 오가노이드에 최대 두 가지 약물을 각각 5단계 농도로 정밀하게 투입할 수 있다. 또한 플랫폼은 전극을 통해 오가노이드 내부의 신경 활동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다. 플랫폼에서 관찰되는 뇌세포의 신경 신호 반응으로 약물의 효과를 직접 판단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여러 번 반복해야 했던 수십 가지 약물·농도 조건을 한 번에 병렬로 실험할 수 있게 됐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고속 스크리닝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조 교수는 “기존에는 뇌 오가노이드에 약물을 투여한 뒤 결과를 간접적으로 확인하거나, 신경 신호 측정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면서 “이번 기술은 실제 뇌세포가 만드는 전기신호를 통해 약물 효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고, 서로 다른 약물을 동시에 테스트하며 반응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고속 스크리닝 기술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보스턴코리아 공동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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