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 여파로 보건의료 분야도 혼란을 겪고 있다. 진료 기록 전송 지원, 건강·의료 데이터 조회, 전국 화장장 예약 등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응급 환자들이 병원을 옮길 때나 장기 기증 대상자를 연결하는 등 분초를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 특히 29일부터 전국 병원이 정상 운영되는 평일인 만큼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의 불편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보건의료정보원이 제공하는 진료기록전송지원시스템, 휴·폐업의료기관진료기록보관시스템, ‘나의 건강기록’ 앱 등이 중단된 상태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장기조직혈액통합관리시스템(KONOS)도 먹통이 됐고 화장 시설 온라인 예약 서비스인 ‘e하늘 장사정보시스템’도 이용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진료기록전송지원시스템이 다운되면서 의료기관 간 진료 의뢰 및 회송 시 시간 지체가 불가피한 점이다. 평상시에는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진료 기록을 손쉽게 전송할 수 있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영상 자료는 CD로 백업하고 그 외 기록은 복사해서 가져가거나 팩스로 전송해야 한다. 지방에서 서울의 대형병원으로 전원하는 환자들의 경우 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의료기관 전원이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시스템이 신속히 복구되지 않으면 상당히 불편해질 것”이라며 “예정된 전원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수도 있지만 응급 상황은 예측이 잘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의료계가 가장 걱정하는 문제는 응급 환자 대응이다. 당장은 이송 과정에서 환자가 의식이 있을 경우 건강보험 가입 여부 등 각종 정보를 수기로 작성할 수 있고 그조차 불가능하면 일단 병원에서 환자를 받고 사후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행정적 문제가 발생해 자칫 치료가 지연된다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수도권 대학병원의 한 관계자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1분 1초가 소중하다”면서 “팩스·CD 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차질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전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뢰회송중계시스템’을 통해서도 환자 전원 시 진료기록을 보낼 수 있으니 주말간 작업 후 의료기관에 안내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기 기증과 이식도 문제다. 장기조직혈액통합관리시스템이 마비돼 장기 기증자와 이식 대기자 간 온라인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뇌사 등으로 기증자가 생기면 유가족 동의 후 시스템에서 적합한 대기자를 검색해 당일 장기이식을 진행하지만 검색 과정에서부터 차질이 생긴 상태다. 복지부 측은 전화, 팩스 등을 이용해 불편을 최소화했다는 입장이지만 온라인상의 속도와 비교하면 중과부적으로 지적된다. 강치영 한국장기기증협회장은 “뇌사자 한 명에 아홉 명이 장기이식을 받을 수 있고 장기이식을 기다리다 숨지는 사람은 하루 평균 일곱 명”이라며 “시스템 붕괴로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갈 수 있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환자의 신원 조회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초진 환자 혹은 재진이라도 6개월 이상 진료한 환자는 신분 확인 절차가 필요한데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가 불통이라 실물 신분증을 지참하거나 모바일 건강보험 앱을 설치하지 않으면 진료가 불가능하다. 보호자가 환자 대신 대리 처방을 받거나 사망신고를 할 때 필요한 가족관계증명서도 발급이 어렵기에 환자 불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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