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을 활용해 해외 현장 경영에 나선다. 올 들어 첫 명절 해외 출장이다. 격화하는 미중 무역 갈등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대응해 핵심 생산 거점을 직접 둘러보고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올 추석 해외 현장경영에 나선다. 통상 이 회장은 설과 추석 모두 해외 현장경영을 해왔는데, 올해 설에는 이례적으로 국내에 머물렀다.
이 회장의 추석 해외 현장경영 행선지로는 올 들어 방문하지 않았던 유럽과 중동, 중남미 등 지역이 거론된다. 관세 위협이 현실화한 만큼 공급망을 직접 점검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인도와 베트남 행이 유력하다. 두 국가 모두 삼성의 미래 전략과 직결된 곳이다. 공급망 다변화와 신흥 시장 공략이라는 핵심 과제를 동시에 점검할 수 있는 최적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은 ‘포스트 차이나’ 전략에 속도를 내는 중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을 대체할 생산 기지이자 소비 시장으로서 두 나라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인도는 삼성전자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다. 인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정보기술(IT) 제품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인도 프리미엄 스마트폰(4만 5000루피 이상) 시장에서 점유율 23%로 애플과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성공을 인공지능(AI) 가전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베트남은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가전의 주력 생산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미국 대선 국면과 맞물려 새로운 관세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어, 이 회장이 직접 현장을 찾아 공급망 상황을 점검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장의 명절 현장 경영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유럽을 찾아 프랑스 리옹 국제기능올림픽 선수단을 격려하고 체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했다. 2023년 추석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이스라엘·이집트 등 중동 3개국을 방문해 네옴시티 수주 활동을 지원했으며 2022년 추석에는 멕시코와 파나마 법인을 찾아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 힘을 보탰다.
올해 이 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계속됐다. 지난 3월 중국과 일본을 방문해 한중일 공급망을 점검했고 7월과 8월에는 미국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빅테크 리더들을 만나 AI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상반기에 미주와 동북아시아를 방문한 만큼 이번 추석에는 다른 지역으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재계 관계자는 “설 연휴에는 국내에 머물렀지만 글로벌 관세 현안 등 대외 불확실성이 워낙 커 해외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대응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녀들이 해외에 있거나 군 복무 중이라 이 회장이 명절에 국내에 머물 이유가 적다는 점도 해외 출장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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