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서울 하늘에 별이 보인다/풀과 나무 사이에 별이 보이고/사람들 사이에 별이 보인다’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위치한 교보생명빌딩의 ‘광화문글판’이 최근 가을을 맞아 게시한 신경림 시인의 ‘별’의 문구다. 지난 1991년 1월 고(故)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가 사옥에 글판을 내걸기로 결정한 후 27년째 같은 자리에서 바쁜 일상으로 지친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마음의 여유를 갖게 해주고 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대산은 20세기 한국 보험 산업의 산증인이면서 우리 사회에 시와 문화를 대중화하는 데도 기여했다. 이 같은 대산의 뜻을 기려 교보생명은 7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기념음악회를 개최하는 것을 비롯해 교보문고의 독서 캠페인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펼친다.
대산은 세계 최초로 교육보험을 창안했고 생명보험 외길 인생을 통해 ‘보험의 선구자’ ‘보험의 거목’으로 불렸다. 보험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세계보험대상’을 수상하고 ‘보험의 대스승’으로 추대되는 등 세계 보험 업계에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1917년 전남 영암의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난 대산은 어린 시절 병마와 싸우느라 초등학교 문턱도 넘지 못했지만 독서를 통해 배움의 열망을 채웠다. 그는 한국전쟁의 상처로 피폐해진 조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교육이 민족의 미래다’라는 신념으로 ‘교육보험’ 사업에 나섰다. 신규 보험회사 설립을 꺼리는 당국을 설득해 1958년 8월7일 종로의 작은 사무실에서 오늘날 교보생명의 전신인 ‘대한교육보험 주식회사’의 닻을 올렸다.
‘진학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교육보험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독창적인 보험상품으로 매일 담배 한 갑 살 돈만 아끼면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는 개념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이후 30년간 약 300만명의 학생들이 학자금을 받아 학업을 이었다.
교보생명은 교육보험의 인기에 힘입어 1967년 창립 9년 만에 업계 정상에 올랐으며 1980년 종로1가 1번지에 광화문의 랜드마크 교보빌딩이 세워졌다.
창립 이후 대산과 교보생명은 잇달아 보험 업계 ‘최초’ 기록을 세우며 한국 보험 산업 발전에 큰 획을 그었다. 1977년 국내 최초로 종업원퇴직적립보험을 개발해 퇴직연금 시장을 선도했고 1980년 국내 최초로 암보험을 개발해 보장성보험 시대의 문을 열었다. 업계 최초로 순보험료식 책임준비금 100% 적립, 계약자 이익배당 등도 실시했다.
대산은 세계적으로도 보험 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83년 세계보험협회(IIS)로부터 보험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보험대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하며 ‘보험의 대스승’으로 추대됐다. 1996년에는 ‘세계보험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기도 했다. 1997년 IIS는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신용호세계보험학술대상’을 제정했다.
대산은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임직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지하 1층에 ‘교보문고’를 설립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3년 9월, 8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국민교육’ ‘참사람 육성’을 고수했던 대산의 정신은 그가 설립한 공익재단인 대산농촌재단·대산문화재단·교보교육재단 등을 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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