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형 전문업체 A사는 지난해 KB국민은행이 주최한 ‘KB굿잡 취업박람회’에서 지원을 받고 22명의 직원을 신규채용했다. 국민은행이 취업지원금을 주고 대출 우대금리를 적용해 채용부담을 덜어줬기 때문이다. A사의 한 관계자는 “매년 국민은행 박람회를 통해 구직자를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취업박람회를 통한 고용창출 효과가 입증되면서 허인 국민은행장은 1인당 50만원(최대 500만원)씩 지급하던 취업지원금을 올해부터 100만원으로 확대하는 등 취업박람회를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의 허브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인공지능(AI) 플랫폼 스타트업인 B사는 지난해 KEB하나은행으로부터 10억원을 투자받았다. B사는 은행으로부터 각종 담보나 신용으로 대출은 받아왔지만 직접 투자를 받기는 처음이다. 이후 하나은행은 B사의 AI기술을 적용해 대화형 금융플랫폼인 ‘HAI뱅킹’ 서비스를 출시했다. 은행과 B사가 상생관계가 되다 보니 B사 직원은 97명으로 늘어나는 등 급성장했다. 하나은행이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만든 ‘원큐 애자일랩(1Q Agile Lab)’이 ‘작은 기적’을 이룬 셈이다.
은행들이 기술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지원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들이 그동안 눈으로 바로 확인되는 실적이나 담보 위주로 대출하던 것을 기술 등 성장 가능성을 보고 대출하거나 투자를 하면서 기업을 키우고 커진 기업들이 일자리를 늘리는 선순환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은행들은 기업 대출 때 신생 기업이라 담보력은 부족해도 기술력과 성장성이 있으면 과감하게 승인을 내주는 선진 여신심사 기법을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일회성 지원으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완전히 불식했다. 한 은행의 고위 임원은 “가계대출이 사실상 제한되면서 앞으로는 은행들이 혁신 기업의 가치를 먼저 알아보고 대출해줘서 미래 고객으로 확보하는 게 생존과도 직결된다”며 “(기술 중기와) 상생관계를 구축하고 순환 모델을 만들어내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KB금융은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에 팔을 걷었다. KB국민은행은 우수한 아이디어 또는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하는 기업이 금융비용(대출이자 및 보증료)을 절감할 수 있도록 최초 1년은 0.5%가 적용되는 초저금리 상품 ‘KB 청년 희망드림 우대대출’을 이달 중 출시할 예정이다. 총 2,000억원을 투입하며 한 기업당 최대 3억원이 지원돼 600~700개 기업이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KB금융은 구글·퀄컴·인텔 등 실리콘밸리 기업과 같이 ‘CVC(Corporate Venture Capital)펀드’를 5년간 500억원 규모로 조성해 외부 협업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CVC펀드란 투자활동을 통해 외부 기술도입, 신사업 진출 등 전략적 제휴나 협업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주도형 벤처펀드를 말한다.
신한은행은 혁신적 기업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지원하는 ‘두드림(Do Dream)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개인금융 및 담보 중심의 안정적 영업에서 탈피해 혁신적 산업 분야로의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로 오는 2020년까지 3년간 9조원을 투입한다. 대표적으로 ‘성공 두드림 SOHO사관학교’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전통적인 대출 중심의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영업 노하우, 브랜딩, 홍보 및 마케팅 전략 교육까지 전수한다. 특히 신한은행은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드론, AI 등 유망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한 특화 대출상품 ‘신한 신(新)성장 선도기업 대출’을 내놓았다.
KEB하나은행은 스타트업과 우수기술 기반 기업에 2020년까지 총 15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스타트업 등 중소 벤처기업 투자 확대 △우수기술·유망 중소기업 대상 기술금융 활성화 △신성장 기업 및 4차 산업 선도 기업 육성 △창업·일자리 창출 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등 크게 네 가지 분야가 골자다. 이를 위해 은행 내 신성장벤처지원팀과 중소벤처금융부를 신설하며 조직을 정비했다. 중소 벤처기업에는 3년간 6,000억원을 투자하고 4차 산업 선도 기업 육성에 4조원을 쓸 계획이다. 창업 및 일자리 창출 기업을 대상으로 1조5,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한다.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주요 금융 지주사 차원에서 핀테크 업체들을 직접 육성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혁신·벤처기업에 사무공간 제공, 직접 투자 및 대출, 경영 컨설팅, 세무 컨설팅, 투자유치 자문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며 우수한 기술력은 금융서비스에 접목시키면서 상호 윈-윈하는 모델로 자리 잡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위비핀테크랩’을 설립해 스타트업 기업에 금융·정보기술(IT) 교육, 특허·법률 상담뿐 아니라 국내외 투자가와 연결해주고 있다. 위비핀테크랩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은 현재까지 82억원의 외부투자를 유치하고 52명을 신규채용했다. 일부 기업들은 우리은행과 제휴계약을 맺고 유망 기술 및 아이디어를 금융상품·서비스에 적용하고자 협업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AI를 통한 신용분석 기술을 가지고 있는 ‘에이젠글로벌’은 우리은행의 AI 연계 여신상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 차량 직거래 플랫폼 ‘매너카’와 차량워런티 서비스 앱 ‘트라이월드홀딩스’는 제휴계약을 맺고 ‘위비오토론’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아울러 우리은행은 하반기 350억원을 들여 청년 창업 기업에 직접투자까지 계획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스타트업 상생 프로그램인 신한퓨처스랩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 4기 모집에는 300여개 기업이 지원해 21개사가 최종 선정됐다. 주로 핀테크 관련 기업과 디지털금융 신기술 및 생활영역의 비금융 서비스 기업들이며 퓨처스랩에서는 참여 기업의 사업화, 투자, 글로벌 진출 등 동반성장을 지원한다. KB금융은 ‘KB스타터즈(Starters)’라는 이름으로 36개 핀테크 업체를 육성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의 핀테크 스타트업 멘토링 센터 원큐 애자일랩은 6기를 맞았다. 올해 13개 스타트업과 전략적 업무 제휴를 통해 협업 시너지 창출 및 혁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참신한 아이디어가 디지털 혁신을 일으키는 실제 사업모델로 구현되도록 하나금융그룹 내 관계사와 다양한 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18개 금융사가 공동으로 5,000억원을 출연해 만든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은 지난 6년간 1,200여개 창업기업에 2,800억원을 투자하며 스타트업의 허브로 자리매김했다. 김홍일 디캠프 센터장은 “초기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103억원을 직접 투자했는데 수혜 기업은 101곳이며 투자 시점 대비 인력이 평균 86.7%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비트코인 거래소를 설립한 ‘코빗’, P2P 대출 선발주자인 ‘에잇퍼센트’ 등이 대표적으로 직접 투자한 기업이다.
/황정원·손구민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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