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핫플레이스 카페는 안전하고 술집은 위험한가요. 확진자를 줄이고 싶으면 저녁 6시 이후 모든 가게를 영업금지시키고 직장인도 퇴근 후 곧바로 집에 가도록 강제하는 게 방역 정책의 일관성 아닌가요.” (서울 중구 을지로의 한 자영업자 박 모 씨)
“왜 방역 실패의 책임을 자영업자들에게 떠넘기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1년 반 동안 빚이 많이 쌓였는데 오후 9시까지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아예 폐업을 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입니다. 말은 2주 연장이라고 하지만 추석까지 거리 두기를 계속 연장할 예정이라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서울 광진구에서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김 모 씨)
수도권 4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식당과 카페 등의 영업이 오후 9시로 제한된 첫날인 23일 오후 서울경제가 만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이제 선택지는 폐업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짧고 굵게’를 강조한 정부 지침에 따라 고강도 방역 지침을 준수해 왔지만 돌아온 것은 두 달 가까이 지속되는 거리 두기 연장이라는 처참한 결과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8월 9~15일 서울 종로구·마포구 등 11개 구의 주점·음식점 등의 야간 매출액은 평년(2019년) 같은 기간 대비 4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14개 구 자영업자의 야간 매출도 같은 기간 20% 이상 줄었다. 야간 장사를 주로 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6주 연속으로 매출 40~50%가량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2일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직후 수도권 주점(소주방·포차 업종) 매출액은 평년 대비 50% 하락했다. 지난달 말에는 매출이 57%가량 하락하면서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매출 하락세를 보였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오락가락 대책에 대해 분노를 쏟아냈다. 서초구에서 유명 보쌈집을 운영하는 김 모(59) 씨는 코로나19가 심화된 후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어 본점을 폐점했다. 김 씨는 “별관도 3층까지 있지만 거리 두기 4단계가 시행된 후에는 장사가 안돼 1층만 운영 중”이라며 “정부 방역 지침이 일관성도 없는 데다 일행이 4명을 넘어가면 손님으로 받지 말라는 건 사실상 영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영업자들은 정부가 이날부터 백신 2차 접종 완료자 2명을 포함해 4명까지 저녁 시간 식당·카페 이용을 허용하는 ‘백신 인센티브’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매출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 와인바를 운영하는 박 모(31) 씨는 “백신 접종 완료자를 4명까지 만날 수 있게 해줬는데 돌파감염이 많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서로 만나려고 하겠냐”며 “최근 감원을 통해 인건비를 줄였고 아직 최악은 아니지만 주변에는 사장님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어쩌나 싶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이는 가게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정부가 자영업자들에 대한 손실보상 없이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성토도 이어졌다. 마포구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김 모(43) 씨는 “방역 당국이 단순히 거리 두기 연장만 국민에게 발표할 것이 아니라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과 같은 보상의 방향성이라도 제시해줬으면 한다”며 “정부의 보상금이 당장 마이너스를 메울 만큼 큰 돈도 아니지만 구체적인 보상 방안도 없이 영업 제한 조치만 발표하는 것은 문제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가 방역 수칙 위반자에 대해 보다 강력한 처벌을 부과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주문도 이어졌다. 30대 직장인 최 모 씨는 “정부가 짧고 굵게 전국적인 멈춤을 하자고 하지만 계속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연장하고 있고 확진자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방역 수칙을 어긴 사람들에게 벌금을 강하게 물리거나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식으로 처벌을 강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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