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인수합병(M&A)에서 소극적이었던 롯데가 한샘 인수전만큼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백화점·롯데하이마트 등 강력한 오프라인 판매망과 롯데건설을 통한 기업 간 거래(B2B) 비즈니스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한샘 인수 주체인 사모펀드(PEF) IMM프라이빗에쿼티는 이르면 10일 LX하우시스와 롯데쇼핑 중에 전략적 투자자를 낙점할 예정이다.
9일 롯데쇼핑은 이사회를 열어 IMM PE가 한샘 경영권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 예정인 PEF에 2,995억 원의 출자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을 통해 바로 자금이 투입되는 것은 아니며 인수전 참여를 위한 선언적인 성격이 강하다. IMM PE가 전략적 투자자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쇼핑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IMM PE는 한샘의 조창걸 명예회장 측 지분을 매수하기로 하고 전략적 인수자를 물색해왔다. 신세계 등 여러 대기업이 물망에 올랐으나 최근 전격적으로 3,000억 원 출자 결의를 밝힌 LX와 롯데쇼핑 2파전으로 굳어졌다.
롯데쇼핑이 한샘 인수전에 적극적인 이유는 롯데백화점뿐만 아니라 그룹사 전반으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백화점에서 잡화·의류의 이익 비중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고가의 명품 등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판매 비중이 여전히 높다”며 “특히 가전·가구·인테리어 등 ‘리빙’은 매출 단가가 최상단에 속하는 소비재라는 점에서 백화점의 고급화 전략과 맞아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롯데하이마트나 롯데홈쇼핑 역시 고급 가구 및 인테리어 판매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뿐만 아니라 롯데건설의 아파트 빌트인 가구에서도 한샘의 성장 여지가 크다는 것이 롯데 측의 기대다.
그동안 롯데는 유통 플랫폼 인수전마다 유력 인수자로 부각했지만 결국 소극적인 매각 가격 제시로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기류가 다르다는 게 유통가의 평가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오버베팅’은 안 한다는 게 기본적인 입장”이라면서도 “한샘과 각 계열사 간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세계가 인수한 까사미아, 현대백화점그룹이 인수한 리바트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롯데의 인수 의지를 북돋는 요인이다.
LX하우시스도 기존에 보유한 건자재 사업 역량과 한샘과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LX 측은 “두 회사 간 상호 협력 시너지로 국내 토털 인테리어 시장에서 한샘의 다양한 가구와 소품부터 LX하우시스의 프리미엄 건축 자재까지 전체 시장 지배력을 더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
한편 IMM PE가 10일 공동 투자자로 한 곳을 최종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는 이날도 고심을 거듭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사 중 한 곳이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3~4년 후 한샘의 경영권을 넘겨 받는 최우선 후보가 되기 때문이다.
IMM PE는 한샘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는 시점에 롯데나 LX 측에 우선매수 청구권이나 동반 매각 참여권을 행사하는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 요구 사항을 어떻게 수용할지가 파트너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선매수 청구권을 어떤 조건으로 행사하고, 가격은 얼마가 될지, 한샘 인수 후 이사회 참여는 어디까지 할지 등이 IMM 측이 파트너를 선정하는 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IMM PE가 한샘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금융 기관을 상대로 인수 금융을 일으킬 때 롯데와 LX 중 누구와 손잡아야 신용 평가에 유리할지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인테리어 사업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백화점, 대형 마트 등 엄청난 유통 채널을 보유한 롯데와 인테리어 자재 시장을 장악하며 일반 고객을 상대로 패키지 인테리어 시장에 진출한 LX 중 어느 곳이 한샘과 더 시너지를 낼지도 중요한 심사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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