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에서 네 살 아이를 키우는 배 모(36) 씨는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날 선물을 중고로 구매했다.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 비싼 장난감을 구매하는 것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배 씨는 “온라인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매물이 새 것처럼 상태가 좋아 구매할 때 크게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선물 시장의 대목으로 꼽히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팍팍해진 주머니 사정으로 인해 당근마켓·번개장터·중고나라 등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는 장난감과 놀이공원, 영화관, 체험 학습장의 입장권을 사고파는 거래가 크게 늘었다.
3일 서울경제가 주요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어린이날’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중고나라에는 최근 일주일 새 장난감·인형·전동차 등을 사고파는 게시물이 2500개가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련 게시물이 650개였던 점과 비교하면 4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번개장터에는 ‘어린이날 선물로 강력 추천한다’는 제목으로 아동용 상품이 120여 건 이상 게시됐다. 중고 거래 플랫폼 운영사가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게시글을 수시로 삭제한다 점을 감안하면 실제 게시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어린이날 선물을 구입할 계획이라는 김 모(49) 씨는 “아이가 선물로 ‘해리포터’ 시리즈를 갖고 싶다고 이야기했는데 전권을 모두 새 상품으로 구매하기에는 부담돼 중고 책을 찾아보고 있다”며 “여태까지는 중고 매매를 해본 적이 거의 없는데 이번 기회에 적극적으로 이용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오프라인 중고품 매장을 찾는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 의왕시에서 장난감 매장을 운영하는 박 모(60) 씨는 “기존 장난감 매장 옆에 중고 장난감을 판매하는 코너를 마련해 중고품을 매입하고 판매하는데 올해는 손님들의 반응이 유독 좋다”며 “우리 가게에 오는 손님 10명 중 2~3명은 중고 장난감을 찾고 물건이 없으면 새 상품을 사간다”고 귀띔했다.
중고 거래로 사람들이 눈을 돌리는 것은 체감물가가 전방위로 오르면서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4.8%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8년 이후와 같은 수준이자 13년 6개월 만의 최고치다.
최근에는 롯데월드·에버랜드 등 대형 테마파크와 키즈카페의 입장료도 껑충 뛰었다. 롯데월드는 지난달 성인용 자유이용권 가격을 기존보다 3000원 오른 6만 2000원으로 인상했고 청소년 자유이용권 가격도 5만 4000원으로 2000원 올렸다. 에버랜드도 계절이나 요일에 따라 입장료가 달라지는 변동가격제를 도입해 사실상 요금을 인상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최 모(45) 씨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가족 여행을 준비하는 부모들 대다수가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입장권과 티켓을 구하려고 발품을 팔고 있다”며 “영화·야구장·놀이공원 등의 인기 티켓은 사이트에 올라오는 족족 팔리기 때문에 이마저도 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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