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중앙회 창립 60주년을 맞은 올해 새 정부가 탄생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모여 상생 협력을 선언하는 것은 대한민국 경제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입니다. 정부 등 관이 주도한 선언이 아닌 기업인들이 민간 차원에서 의지를 모은 상생 협력 선언이기 때문에 의미는 더욱 각별합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25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광장에서 열린 ‘2022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를 앞두고 밝힌 말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경제 단체 행사로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를 선정해 대통령 집무실에서 개최한 것도 의미 깊지만 중앙회·여성경제인협회·벤처기업협회·소상공인연합회 등 중기 업계뿐만 아니라 삼성·SK·현대차·LG·롯데 등 5대 대기업 총수들이 유례 없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특별한 뜻을 내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중기인 대회가 7년여 만에 대통령 집무실에서 개최되면서 중소기업계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 기대감도 크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지원 규모에서 밀려왔던 중기·소상공인 등 약자에 대한 새 정부의 배려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대-중기 상생 협력 선언으로 양극화 해소 진전 기대 커져=중앙회 창립 60주년 행사를 겸해 열리는 ‘대한민국 중소기업인 대회’가 이처럼 대통령 집무실에서 개최되고 5대 기업 총수들이 참석하게 된 것은 김 회장을 중심으로 한 중소기업계의 지속적인 노력이 성과를 맺은 것이라는 평가다. 김 회장은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중앙회를 4번 찾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속적으로 중기에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 김 회장은 “윤 대통령께서 당시 60주년 때 꼭 와서 축하를 해주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이 그 약속을 지킨 것”이라며 “취임 후 한 달이 가장 바빠서 중기 행사 참석이 힘들다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참석 의지가 강했다”고 전했다.
취임 이후 첫 행사로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만큼 중기의 기를 살려주는 것도 없다는 게 윤 대통령 생각이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취임식 저녁 만찬에 참석한 김 회장에게 대통령실 앞 정원이 넓어 중기인들 500여 명을 초청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중기인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점을 직접 확인해줬다는 후문이다. 또 5대 기업 총수 역시 김 회장의 행사 참석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중기업계와 5대 대기업은 손을 맞잡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정과 상생을 통해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이라며 상생을 다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격려사에서 “코로나 팬데믹, 공급망 재편 등 복합적 도전과 위기에도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준 중소기업인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김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성과를 공유해 격차를 줄여야 중소기업도 인재를 확보할 수 있고 연구개발(R&D)에도 투자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이 문제를 푸는 가장 좋은 해법은 민간의 자발적 상생”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뜻깊은 자리에서 초대해주신 윤 대통령과 김 회장에게 감사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최태원 SK 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을 할 수 있는 첫 걸음을 내딛는 의미 있는 자리”라고 전했다.
◇대기업, 중기·벤처와 공생 위한 투자 및 지원 확대될 듯=용산 집무실에서 열린 올해 중기인 대회는 윤 대통령이 중소기업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납품단가연동제를 비롯해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 최저임금 상승 폭 완화 등 산적한 중기 현안이 점진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국민의힘도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급등한 원자재 가격의 부담을 중기가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며 납품단가연동제의 제도화를 약속했다. 뿌리 산업 등 주 52시간제 유연화가 절실한 업종의 현장 목소리에 정부가 보다 관심을 기울일 경우 중기 현안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이날 열린 행사에 5대 그룹 총수가 대거 참석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현재의 어려움을 중소기업과 함께 헤쳐나가고 동반 성장에 보조를 맞춰 윤석열 정부의 민간 주도 성장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적극 나타낸 것으로도 풀이된다. 실제로 5대 그룹은 최근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중소기업들과의 협력을 대폭 늘리겠다는 뜻을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5년부터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시작해 지난해까지 총 2800여 개 회사에 혜택을 줬다. SK그룹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임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전체 경제계의 상생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해외 동반 진출로 협력 업체들의 수출 길을 터주고 있다. LG그룹과 롯데그룹 역시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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