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0조 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국내 증시의 최대 큰손 국민연금이 매도로 일관하며 한국 증시의 안정성을 오히려 해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은 전체 운용 자산 중 올해 국내 주식 비중을 지난해의 16.8%에서 16.3%로 낮추고도 목표 비중보다 1%포인트 이상 낮게 국내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이 과매도로 증시에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한다.
3일 국민연금과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총자산 915조 9500억 원(7월 말 기준) 가운데 국내 주식은 138조 8340억 원으로 15.2%에 그쳤다. 올 초 국민연금의 전체 자산 중 국내 주식 비중은 17.5%로 165조 8000억 원에 달했기 때문에 주가 하락을 고려해도 국민연금이 시장에서 매도세를 주도한 것이 확인된다.
특히 국민연금이 연말까지 국내 증시 투자 비중을 전체 자산의 16.3%로 설정하고 이보다 1.1%포인트나 축소 운영해 논란이 적지 않다. 연기금이 코스피시장에서 8~9월에도 수천억 원 이상 순매도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국내 증시 목표 비중을 맞출 뜻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연말 투자 자산군별 목표 비중에 ±3%포인트의 전략적자산배분(SAA) 이탈 허용 범위를 뒀는데 이를 기금운용본부가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투자 업계는 국민연금이 국내 증시 비중을 계획대로만 맞춰도 10조 원의 매수 여력이 생기고 SAA를 고려하면 20조~30조 원의 ‘바잉(buying)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데 “너무 시장을 외면하기만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로 코스피 2200선이 깨진 가운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대량 매도해 지수 하락을 부추긴 측면도 있다. 국민연금의 자산군별 수익률도 국내 주식이 -15.4%로 해외 주식(-7.5%)보다 크게 떨어지는 등 최악을 기록해 기금운용본부가 이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장을 지낸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이 증시의 구조대 역할을 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이런 시점에 주식을 팔면서 훼방꾼 역할을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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