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턴이 꺼졌을 때 두려움이 엄습했고 이제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멀리서 들려오기만 했던 발파 소리가 가까이 들려왔고 반대편 갱도와 관통이 되며 구조대와 마주했다”.
10월 26일 경북 봉화 광산 사고로 지하 갱도 190m 지점에 고립됐다 221시간만에 ‘기적의 생환’을 한 광부들이 전한 상황이다. 이들은 구조 직후 안동병원으로 이송 돼 빠르게 건강을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원 참사로 슬픔에 잠겼던 국민들은 기적의 생환 소식에 “돌아와주셔서 감사하다”며 안도했다.
6일 구조 당국에 따르면 경북 봉화 광산 지하에 고립됐던 작업반장 박정하(62)씨와 보조 작업자 박모(56)씨는 4일 오후 23시께 구조됐다. 이들은 케이블 엘리베이터로 연결된 구조 경로를 통해 걸어서 나올 정도로 건강 상태가 양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무사히 생환할 수 있었던 이유는 폐갱도에서 추위를 막기 위해 주위에 비닐을 치고 모닥불을 피우는 등 경험과 생존 매뉴얼을 토대로 침착하게 구조대를 기다렸기 때문이다. 또 가지고 있던 커피믹스 30봉지를 밥처럼 먹었고 커피믹스가 떨어지자 갱도에서 떨어지는 지하수를 먹으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매몰 광부들은 사고 발생 직후 괭이로 암석을 파내고 화약으로 발파를 하며 빠져나오기 위해 사투도 벌였다. 작업반장 박 씨는 “살고싶다는 절박한 마음에 괭이로 암석을 파내고 화약으로 발파도 했다"며 "뭘 해보든지 해보면 길은 있을 것이란 희망을 계속 가지고 갱도 안을 돌아다니며 탈출구를 모색했다”고 회고했다.
구조 당국이 폐갱도에 진입하기 위해 진행했던 발파는 이들에겐 희망의 소리로 다가왔다. 구조 당국 관계자는 “갱도 안에 있을 때 발파하는 소리도 다 들렸다고 하셨다”며 “작업 소리가 나면 희망을 갖고, 또 안 들리면 실망을 하기도 했지만 두 분이 의지하면서 기다렸다고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조 당국이 20년 전 도면을 활용해 매몰 실종자 생존 여부를 확인하는 시추작업에 두 차례 실패하면서 이들 역시 점차 희망을 잃어갔다. 구조 직전에는 안전등 배터리마저 바닥나자 절망감도 찾아왔다.
다행히 사고 발생 10일째인 4일 구조대가 그들의 눈 앞에 나타났다. 두 광부는 체온 유지를 위해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있었다. 커다란 암벽 덩어리를 깨고 나타난 동료와 구조대를 보고 두 광부는 서로를 부둥켜안고 안도의 눈물을 터트렸다. 작업반장 박 씨는 “많은 분께서 힘 써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국민들께 조금이나마 희망을 줄 수 있었다는데서 저 역시 감사하다”고 말했다.
매몰 광부들이 구출됨에 따라 경찰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경북경찰청은 5일 3개 팀, 수사관 18명을 투입해 봉화 광산 사고 전담수사팀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매몰 사고 당시 탈출한 5명의 작업자 등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당시 상황 등 기초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강경성 산업정책비서관을 병원으로 보내 '슬픔에 빠진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주셨습니다. 쾌유를 빕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쾌유를 기원하는 카드와 선물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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