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제개편안의 법정 시한(12월 2일) 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이달 30일까지 세제개편안을 합의 처리해야 하지만 이를 논의할 조세소위원회는 24일부터 닷새째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예산안 처리가 12월 9일까지 밀릴 가능성과 함께 세법 개정의 주요 쟁점을 면밀한 검토 없이 여야 간사끼리 처리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재위 산하 조세소위는 당초 이날 회의를 열고 세법 심사를 이어갈 방침이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보이콧을 선언하며 회의가 취소됐다. 다수당인 민주당이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조세소위는 ‘정족수 미달’로 개최가 불가능하다. 조세소위는 24일부터 잠정 휴업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여야 관심 법안을 추가로 상정해 논의한다는 약속을 여당이 일방적으로 어겼다”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사회적경제기본법 등이 포함된 ‘사회적경제 3법’의 추가 상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기재위 간사인 신동근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필요한 법안은 전혀 상정을 안 해준다. 들러리 설 일이 있느냐”며 “같은 조건이면 내일도 회의가 없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기재위 운영에 훼방을 놓으려는 의도가 분명하다”며 야당의 요구를 거부했다. 여당의 원내 관계자는 “당초 비쟁점 및 세법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가 됐다”며 “사회적경제 3법은 매우 쟁점적인 안건이다. 상정하는 순간 논의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제개편안은 예산 부수 법안으로 12월 2일 예산안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돼야 한다. 이 때문에 기재위는 세제개편안 심사를 이달 30일까지 마쳐야 하고 합의 불발 시 정부안이 올라온다고 국회법은 규정한다. 민주당은 정부 원안에 대해 “부자 감세”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 표결에 부쳐진다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당이 믿는 구석은 예외 조항이다. 세법개정안에 대한 심사를 기한 내에 끝내지 못한 경우에는 국회의장과 교섭단체 대표의 합의로 연기가 가능하다.
국회의장실의 한 관계자는“12월 2일이 법정 시한이지만 여야 간 협의가 요원하면 통상 일정을 미뤄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세법 통과 시점을 정기국회 종료(12월 9일) 전으로 수정하고 조세소위에서 추가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5대 쟁점 법안(법인세·금융투자소득세·종합부동산세·소득세·상속증여세)은 여야의 견해 차가 워낙 큰 탓에 여야 간사가 따로 만나 협상을 타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기재위의 한 여당 의원은 “12월 2일 본회의 상정은 어렵다. 일주일 정도 세법개정안을 논의할 시간적 여유가 있다”며 “소위에서 필수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여야 간사, 원내대표 간 협상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예산안 심사도 파행의 연속이다. 이날 예정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는 여당 소속 의원들의 불참하며 차질을 빚었다. 국토교통위원회·정무위원회 등 일부 상임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예산안이 처리돼 예결위로 올라온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등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은 증액하면서 규제혁신추진단 등 윤석열 정부의 공약 사업은 감액한 것이 논란이 됐다. 여기에 대통령실 예산을 담당하는 운영위원회에서도 46억 원가량 감액된 안을 민주당이 단독으로 의결하면서 대치 정국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올해도 여야의 예산 관련 핵심 인사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되는 비공식 협의체 ‘소(小)소위’를 통한 밀실 심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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