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마스크 실내 착용 의무 해제를 계기로 국민들이 840일 만에 마스크와 이별할 수 있게 됐지만 ‘엔데믹 체제로의 본격 전환’이 모두에게 희소식인 것은 아니다. 음식 배달, 명품 플랫폼, 코로나19 진단 업계, 비대면 진료 업체, 마스크 생산 업체 등은 최근 2년여 동안 고속 성장의 동인을 잃었다. 이들은 새 먹거리를 신속하게 찾지 못한다면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다’는 심정으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음식 배달↓…비식품으로 카테고리 확대
6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지난달 합산 월활성이용자수(MAU)는 3021만여 명으로 지난해 1월의 3623만여 명 대비 약 17% 감소했다. 플랫폼별로는 같은 기간 각각 배달의민족이 약 4%, 요기요가 약 23%, 쿠팡이츠가 약 47% 줄었다. 줄어든 이용률만큼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배달 업계는 비식품 영역으로 빠르게 카테고리를 확대하고 있다.
우선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배달 앱을 넘어 e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겠다”고 선언하며 최근 배달 품목을 넓히고 있다. 배민스토어에 신발 편집숍 ‘폴더’, 뷰티 편집숍 ‘아리따움’, 꽃 배달 서비스 ‘꾸까’, 친환경 식품 전문 브랜드 ‘올가’ 등을 입점시켰고 SPA 브랜드 ‘탑텐’도 서비스 오픈을 준비 중이다. 다시 말해 신발·화장품·꽃·의류까지 배달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더해 편의점에서 취급 중인 안전상비의약품까지 배달하기 위해 정부 유관 부처에 도움을 청했다. 아울러 1일에는 서빙로봇 자회사 ‘비로보틱스’를 신규 설립하며 로봇 사업도 적극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요기요와 쿠팡이츠도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요기요는 모회사인 GS리테일과 협업해 지난해 5월 전국의 GS더프레시 점포를 기반으로 한 즉시 배송 서비스 ‘요마트’를 선보인 데 이어 지난달에는 GS25 상품을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요편의점’까지 출시했다. ‘단건배달’의 시초인 쿠팡이츠는 비용 절감 차원에서 최근 초근접 거리에 있는 주문 2건을 묶어서 배달하는 ‘최적화 배치’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명품 플랫폼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
팬데믹의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렸던 명품 플랫폼도 최근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돌입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자 명품 수요 역시 급감했기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발란의 MAU는 36만여 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 67만여 명 대비 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머스트잇과 트렌비의 MAU도 각각 36%씩 줄었다.
이에 발란은 지난해 10월 자회사 ‘발란 커넥트’를 출범하며 B2B(기업 간 거래) 시장에 뛰어들었다. 성장세가 멈춘 명품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시장 대신 중소 병행 수입 업체들의 물류와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겠다는 복안이다. 해외여행이 재개되고 있는 만큼 면세점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수입 프리미엄 리빙과 가구로 카테고리를 넓히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머스트잇의 지난해 리빙 거래액은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었고,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사몰 에스아이빌리지도 지난달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 ‘스메그’와 하이엔드 카메라 브랜드 ‘핫셀블라드’ 등을 입점시켰다.
편의성 UP·M&A도 활발…비대면 진료·진단 업계도 변신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시적으로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도 변신에 나섰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지난해 3월 정점을 찍었던 이들의 MAU는 최근 플랫폼별로 50~80%가량 줄었다. 업계에서는 관련 플랫폼이 50여 개가 넘는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하면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업계 점유율 1위인 닥터나우는 비대면 진료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의 제휴 약국을 늘려 폭넓은 배달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굿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각종 정보를 활용해 비급여 진료 분야의 투명성을 높여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이 밖에 엠디케어는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중점적으로 관리·상담하고 이를 비대면 진료와 연계하는 등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진단 업계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전략을 가동했다. 업계 1위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인수합병(M&A)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을 택했다. 지난달 말 미국 체외 진단 전문 기업 머리디언바이오사이언스를 2조 원에 인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급속히 커진 매출 규모를 유지하려면 M&A가 가장 확실한 수단”이라며 “미국 기업 인수로 세계 최대 체외 진단 시장에서 새 사업 기회를 엿볼 수 있는 것도 이번 인수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유전자증폭(PCR) 검사 분야 기업인 씨젠은 지난해 5월 세계 각국에서 ‘PCR 생활검사’를 추진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무증상자를 포함한 모두에게 코로나19와 독감 등 호흡기 질환 검사를 12달러 수준에 해주는 캠페인을 해외 현지 의료기관과 함께 벌여 엔데믹 이후에도 검사 건수를 유지하겠다는 작전이었다.
바디텍메드는 검사 항목을 확대했다. 코로나19 타액 진단 제품을 유지하면서도 갑상선 기능 진단키트, 치료 약물 농도 감시 키트 등 제품군 확대를 선택해 이미 상당한 성과를 냈다. 아이센스 역시 코로나19 외에 혈당 측정 분야에서 매출을 늘리고 있다. 이밖에 바이오니아는 프로바이오틱스 판매에 역량을 모아 엔데믹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킨 데 이어 탈모 화장품 분야에도 진출했다.
마스크는 생산 줄이고, 사업 다각화에 전력
팬데믹 시기 생활필수품이었던 ‘마스크’ 생산에 뛰어든 중소 업체들도 생존 고민에 빠졌다. 2020년 마스크 사업에 진출했던 물류 기업 국보는 지난달 70억 원 규모의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외부 자금 수혈에 나섰다. 케이엠제약은 KF 마스크 핵심 원자재인 멜트블론(MB) 필터의 동남아시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씨앤투스는 에어솔루션과 워터솔루션·라이프케어로 사업을 확장 중이다. 씨앤투스는 고성능 필터 소재 MB를 활용한 공기청정기, 진공청소기, 자동차 에어컨 필터 제조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샤워기·세면대·싱크대 필터 분야인 워터솔루션 생산 규모도 확대할 방침이다.
한국마스크산업협회 관계자는 “실외 마스크 의무가 풀리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마스크 업체 감소세가 뚜렷했는데 최근 실내 착용 의무 완화로 다수가 판로를 찾지 못해 도산하는 곳들이 많아졌다”면서 “앞으로 마스크 수요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대다수 업체가 사업 다각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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