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좌지우지하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13일 2기를 맞아 첫 회의를 열고 삼성전자 대표이사 선임 관련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 수책위는 이날 회의에서 신왕건 KAIST 경영공학부 겸직 교수를 임기 1년의 수책위원장으로 호선했다. 신 위원장은 국민연금 전문위원으로 활동해온 연기금 자산운용 전문가다. 국민연금 전문위원회는 2020년 수책위와 투자정책전문위원회,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원회 등을 구성해 1기 임기를 마쳤다. 3명의 상근전문위원이 임기 3년 동안 각각 1년씩 전문위의 위원장을 돌아가며 맡았다.
수책위는 이날 회의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사내이사 선임 등을 비롯해 삼성SDI·삼성전기 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 관련 주주총회 안건에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안건에 오른 삼성그룹 임원들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기존 재직 기간에 삼성 웰스토리 부당 지원 행위가 있었으나 수책위원들은 해당 임원이 참여한 이사회에서 사내식당 경쟁입찰을 논의했고 이를 이행했다는 점을 고려해 연임에 찬성했다.
수책위는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하기 어려운 민감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해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고 있다. 투자 업계는 앞으로 KT(030200) 대표이사 선임 등에 대한 찬반을 수책위가 안건에 올려 심의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연금은 KT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내정한 윤경림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에 대해 부정적이다.
수책위를 포함한 3개의 전문위는 지난달 23일 1기 위원들의 임기가 끝났으나 한석훈 변호사를 상근전문위원으로 새로 선임하고 기존 위원 중 원종현 전 국민연금연구원 부원장의 연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일어 수책위 구성이 늦어졌다.
사용자단체가 추천한 한 변호사는 기존 오용석 전 금융감독원 연수원 교수 후임으로 선임됐다. 1기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원 전 부원장을 근로자단체가 2기 위원으로 다시 추천했으나 보건복지부가 복수의 후보를 추천하라고 요구하고, 근로자단체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진통을 겪었다.
여기에 복지부가 수책위에 전문가 3인을 추가하기로 하면서 기금운용위원 일부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일부 기금운용위원은 복지부가 기금운용위 의결 전부터 이미 경제학회 등 관련 단체에 전문가위원 추천을 요청한 것을 문제 삼았다. 복지부는 그러나 투자정책전문위와 위험관리·성과보상전문위에는 전문가 3인이 참여하지만 수책위에만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관철시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