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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위 GM도 흠뻑 취한 K-배터리 기술력…문제는 밸류체인 [biz-플러스]

[미국發 2차 테크빅뱅]

<1> 배터리 삼국지

<하> 시급한 K배터리 벨류체인

배터리 셀 제조·양극재 기술은

독보적 1위, 美 GM도 엄지척

밸류체인 소재·원료·광물 넓히면

K 배터리 아킬레스건 드러나

'도시 광산' 폐배터리 재활용 육성

K 배터리 밸류체인으로 위기 돌파

전남 광양만 율촌산업단지에 위치한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 공장의 전경. 총 4단계에 걸쳐 준공된 광양공장은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이다. 사진제공=포스코케미칼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결정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심장’으로 불린다. 한국은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주축인 배터리 셀 제조와 포스코케미칼·LG화학·에코프로비엠·엘엔에프 등이 이끄는 양극재 생산기술에서 독보적인 1위다. 자동차산업으로 치면 완성차와 엔진 제조에서 글로벌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보면된다.

하지만 이런 K 배터리에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바로 광물이다. 배터리 생산의 전(全) 단계로 밸류체인을 넓히면 배터리 중간소재와 원료, 광물 분야에서 취약점이 드러난다.

배터리는 광물 의존 산업이다. 광물을 확보하지 않고는 배터리 패권을 쥘 수 없다. 중국이 2015년부터 글로벌 핵심 광산 지분을 흡수하며 공급망을 장악해온 것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핵심원자재법(CRMA)’ 등으로 중국에 쏠린 광물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방심했다가는 세계 1위 제조 능력을 갖추고도 광물 확보에 실패해 배터리 패권을 내줘야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를 맞을 수 있다.

'작은 실수도 용납 못해'…비장함 감돈 포캠 양극재 광양공장


그래서 였을까. 지난 9일 찾은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 공장에는 살얼음 같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광양 공장을 방문한 ‘얼티엄캠’ 관계자들은 전기자동차 10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양극재 9만 톤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자동 생산되는 모습을 보며 연신 "언빌리버블(unbelievable)”을 외쳤지만 공장 직원들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적용된 중앙관제실에서 제품의 이상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직원에게서는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비장함마저 읽혔다.

공장 안으로 들어서니 약 50미터 길이의 소성로 9기가 눈에 들어왔다. ‘배터리의 심장’인 양극재가 탄생하는 곳이다. 소성로는 양극재 원료(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와 리튬 가루가 섞여 있는 전구체를 도가니에 담아 900도 이상의 고열로 익히는 ‘소성’ 공정을 담당한다. 도자기를 굽는 화로를 떠올리면 된다. 도자기가 화로에 구워져 고유의 빛깔을 내듯 양극재도 소성 공정을 거치면서 배터리에 필요한 전기적·화학적 특성을 갖는다. 3단 4열로 쌓아 올린 도가니 한 세트(12개)가 약 50미터 길이의 소성로 1기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21시간이다. 광양공장 관계자는 “소성로 1기가 수용할 수 있는 도가니는 총 2000여개”라며 “얼마나 빠른 속도로 균일하게 구워 내느냐가 양극재의 생산량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광양공장은 생산량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현재 도가니 배열을 7단 4열로 늘리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양극재 광양공장의 소성로에서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포스코케미칼


“언빌리버블(Unbelievable)”…美 1위 GM 매료시킨 K 배터리 양극재 기술


양극재는 배터리의 4대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중 가장 중요하다. 한번 충전할 때 주행할 수 있는 거리와 관련된 배터리 용량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광양공장은 니켈 비중을 80% 이상 극대화한 하이니켈 양극재를 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은 지난해 7월 포스코케미칼이 제너럴모터스(GM)와 체결한 13조 7696억원 규모의 양극재 공급 계약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배터리 합작사인 ‘얼티엄셀즈’에 공급한다. GM은 LG엔솔이 제조하는 배터리 셀의 단골 고객으로 포스코케미칼이 생산하는 양극재에도 관심이 높다. GM과 포스코케미칼은 ‘얼티엄캠’이라는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 현재 캐나다에 양극재 공장도 짓고 있다. 미국 1위 완성차 업체가 K 배터리의 제조 기술에 흠뻑 취한 것이다. 광양공장 관계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촉발한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그룹사 밸류체인을 통해 양극재·음극재와 같은 배터리 핵심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완성차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서도 포스코케미칼의 양극재에 관심이 있는 글로벌 완성업체 2~3곳이 광양공장을 직접 다녀가기도 했다

리튬(왼쪽부터), 원통형 배터리, 니켈, 양극재, 코발트. 사진제공=포스코케미칼


광물 확보에 달린 글로벌 배터리 패권…'비상등' 켜진 K 배터리


하지만 세계 최대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보유한 포스코케미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공조해 배터리 광물의 공급망에서 중극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노골화되면서 양극재 제조에 필수인 중간재와 원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미국과 EU는 배터리 핵심 광물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을 중심으로 구매자 클럽이라는 동맹체를 만든 뒤 자원을 공동 매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아프리카, 아시아의 주요 광물 보유국과 협정을 맺고 자금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최근엔 아르헨티나, 칠레 등 풍부한 광물 매장량을 자랑하는 중남미 국가들이 협력체를 꾸려 자원 무기화를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살타주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리튬을 탐사하고 있다. 사진제공=포스코홀딩스


광물 확보에 비상인 걸린 곳은 K 배터리사들도 마찬가지다. 배터리 셀 제조 능력은 세계 1위지만 그 외의 분야에선 내세울 만한 게 없다. 포스코그룹을 제외하면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기업(LG엔솔·SK온·삼성SDI) 모두 그룹 내 광물이나 소재를 담당할 수 있는 기업이 전무하다. 국내 업계가 주력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 주로 쓰이는 수산화리튬의 경우 지난해 중국 수입 의존도가 90%에 육박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세계 리튬의 65%, 니켈 19%, 코발트 70%, 망간 90%가 중국에서 제련된다. 양극재 원가의 70%를 차지하는 전구체 역시 중국 의존도가 높다. 미국의 IRA와 EU의 핵심원자재법(CRMA) 시행으로 광물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더욱 빠른 속도로 줄어들 텐데 그만큼 대체처를 찾아야 하는 국내 기업들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생산의 전(全)단계에 국내 기업들 간 수직·수평 계열화로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들이 광물 채굴 및 제련에서부터 소재, 셀을 아우르는 ‘K 배터리 밸류체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안나 유안트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셀 회사들은 핵심 광물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양극재 등 소재 기업은 전구체 내재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양국 한양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전기료와 땅값이 싼 데다 환경 규제도 없어 낮은 비용으로 배터리 원료를 생산하고 미국과 유럽도 법안을 만들어 광물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우리도 소재 확보 측면에서 셀에서 원료까지를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韓도 광물 생산국? 폐배터리 재활용 ‘게임 체인저’ 주목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폐배터리에서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광물을 추출하는 재활용 산업이 주목 받고 있다. 업계는 전기차용 폐배터리가 본격적으로 나오는 2025년께 관련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광물 생산국으로 도약하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2355개 수준인 국내 폐배터리는 2025년 8300여 개로 증가하고 2029년이면 8만 개 수준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기준으로는 2030년 414만 개, 2040년 4636만 개가 배출된다는 예상도 있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가 올해 7000억 원에서 △2025년 3조 원 △2030년 12조 원 △2050년 600조 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우리나라의 광물 해외 의존 문제를 해소시켜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는 리튬·니켈·코발트 등 배터리 제작에 필수인 광물이 단 1g 그램도 나오지 않는다.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성숙할 경우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뛰어난 배터리 제조 기술에도 불구하고 핵심 광물을 중국·호주·중남미 등 해외 국가에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취약한 공급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삼원계 배터리는 제조원가가 높아 재활용 시 경제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환경보호와 산업 측면에서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의 가능성을 간파하고 산업 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며 “필요한 정책과 지원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도 “한국은 광물자원도 없어 배터리 생태계 구축에 뒤처져 있다”며 “폐배터리 재활용을 비롯해 전반적인 산업을 완성하기 위한 중장기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직·수평 계열화로 파고 넘어야”…광물 공략 시동 거는 K 배터리


가능성은 보인다. 포스코그룹은 그동안 K 배터리사의 취약점이었던 광물 채굴에 지속적인 노력을 벌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2018년 아르헨티나 옴브레무에르토 염호광권을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3월 상용화 공장을 착공했다. 내년 상반기 이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2만5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을 확보할 수 있고, 추가 투자를 통해 2028년까지 10만톤 규모로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연내 광양 율촌산업단지 내 4만3000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제련 공장도 짓는다.



배터리 셀 기업들도 중국에 대한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광산 관련 기업들과 조인트벤처(JV)를 시도하거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한 원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LG엔솔이다. LG엔솔은 호주 광산업체 라이온타운과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리튬 정광 70만톤 계약을 체결했다. 이어 캐나다 시그마 리튬으로부터는 연간 10만톤의 리튬을 공급받는다. 독일 벌칸 에너지, 칠레 SQM과의 수산화리튬 공급 계약 등 니켈, 코발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SK온도 호주 레이크리소스(염호 4개 ·광산 1개 보유)에 지분 10%를 투자하며 내년 4분기부터 23만톤의 리튬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맺었다. 레이크리소스 아르헨티나 리튬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정제한 후 북미 사업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에코프로비엠과 합작공장틀 통해 에코프로의 수직계열화 라인업을 활용할 방침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긍망과 에너지리스크 심각성을 복도하 미국과 유럽은 배터리 산업에서 ‘제2의 OPEC, 노드스트림 출연을 방지하고 역내 공급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며 “K 배터리가 변화하는 공급망에 대응하려면 배터리 셀 업체와 소재 업체 간 수직 계열화는 물론 광물 채굴 및 저련 시장에 진출하거나 기존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한 계열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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