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국내 금융지주와 은행 경영진의 보수 결정 과정에 주주가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된다. 경영진이 회사에 손실을 끼쳤거나 금융사의 수익이 크게 줄거나 손실이 발생했을 경우 이미 지급된 성과급을 회수하거나 삭감하는 방안도 도입된다. 이와 함께 유사시 은행의 손실 흡수 능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정부청사에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3차 실무작업반 회의를 열고 은행권 보수 체계 및 손실 흡수 능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 저축은행중앙회·금융투자협회 등 비은행권도 모두 참석했던 1·2차 회의와 달리 이번에는 은행연합회, 한국금융연구원, 각 은행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은행권만 참석했다. 한 회의 참석자는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은행권 사안만 다뤄지는 만큼 관련자만 참석했다”며 “은행권 보수 체계 등을 논의한 건 처음인 만큼 안건을 스케치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융 당국은 ‘세이온페이(Say-on-pay)’를 운영하고 ‘클로백(Claw-back)’을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이온페이는 경영진이 주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보수를 결정할 수 없도록 경영진의 급여 지급 현황을 주주총회 등에 상정해 심의 받게 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금융사를 비롯한 상장사들이 최소 3년에 1번 이상, 영국에서는 매년 경영진 급여 심사를 받도록 법으로 강제하고 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달 22일 TF 킥오프 회의에서 “은행권이 막대한 이자 수익으로 역대 최고의 성과를 거두고 그 수익으로 고액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며 보수 체계 개선을 세 번째 TF 과제로 언급한 바 있다.
다만 금융 당국은 해외처럼 규제를 통해 제도 운영을 각 은행에 강제하기보다는 우수 사례를 공유한 뒤 확대를 권하는 식으로 접근할 방침이다. 성과급을 받은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칠 경우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하거나 깎는 클로백 제도의 실효성도 높일 방침이다. 이외 보수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시를 강화하는 내용도 이번 TF 회의에 포함됐다.
은행권 보수 체계 개선과 함께 TF 6대 과제 중 하나로 포함된 손실 흡수 능력 제고 방안의 경우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스트레스 완충자본 및 경기 대응 완충자본 적립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별도의 자본을 쌓게 함으로써 경제 위기 상황에서도 은행이 최저 자본비율 등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금융위가 도입을 예고한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요구권도 이날 회의에서 다뤄졌다. 금융감독원 평가 결과 은행이 적립한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이 향후 예상 손실에 비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금융 당국이 은행에 대손준비금을 더 적립하라고 요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내용의 은행업감독규정 일부개정고시(안) 규정 변경을 1월 26일 예고한 상태다.
은행의 보수 체계를 개선하고 손실 흡수 능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최근 발생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맞물려 적극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 경제 매체 CNBC에 따르면 SVB는 미 금융 당국이 압류에 나서기 몇 시간 전 임직원에게 연간 보너스를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SVB 최고경영자(CEO)는 파산 직전 회사 지분을 대거 팔아 치우기도 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임금이나 성과급 문제를 정부가 조정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한편에서는 배당확대 등 주주 요구가 강하게 들어오는 상황인데 손실 흡수 능력 강화가 자칫 주주환원정책 약화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전했다.
한편 TF 실무작업반은 다음 주로 예정된 4차 회의까지 은행의 성과 보수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비은행권 업무 범위 확대 등 은행의 비이자 이익 확대 방안에 대해서는 추후 이어질 회의에서 다룰 예정이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조윤진 기자 j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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