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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금리 뒤집힌 채 열 달…자금 이탈 없다지만 불안은 여전 [조지원의 BOK리포트]

한미 금리 역전 후 외자 흐름 중간 점검

과거 역전기 채권만 500억弗 유입됐는데

이번엔 10개월 누적 채권 19억弗 유출

공공 투자여력 악화·차익거래유인 축소 탓

양호한 신용등급 등에 자금 유출 없다지만

美 통화정책·환율 변수에 안심하긴 일러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미 달러를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 7월 27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는 정책금리를 1.50~1.75%에서 2.25~2.50%로 한 번에 0.75%포인트 올렸다. 미국 정책금리가 당시 한국 기준금리(2.25%)보다 0.25%포인트 높아지면서 2020년 3월 이후 2년 4개월 만에 한미 금리가 재역전됐다. 이후 금리 격차는 점차 벌어지면서 결국 역대 최대 격차인 1.75%포인트까지 확대됐다.

한국과 미국의 정책금리가 역전된 것은 외국인 채권자금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9년 4월 이후 이번이 네 번째다. 금리가 역전될 때마다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자본이 유출되고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라는 우려가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혹은 순서만 바꿔 ‘한미 금리 역전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자본이 유출된다’라는 지적도 있다. 이는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더 높아지면 높은 수익률을 좇아 해외로 자본이 이동한다는 맥락이다.

그러면 정책 당국자들은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엔 금리 말고도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에 큰 폭으로 순유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반박한다. 실제 국제수지 통계를 살펴보면 과거 1차 역전기(1999~2001년)엔 169억 달러, 2차 역전기(2005~2007년)엔 305억 달러, 3차 역전기(2018~2020년)에도 403억 달러가 유입됐다.

그러나 이번 금리 역전기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장 빠를 뿐만 아니라 역전 기간 또한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무역수지가 14개월째 적자를 내면서 경상수지마저 흔들리는 등 경제 여건도 좋지 않다. 지금까지 자금이 유출되지 않았다고 이번에도 아니라고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 금리가 10개월째 역전된 가운데 역전 폭도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까지 벌어진 현시점에서 그간 외국인 자금이 어떤 흐름을 보였는지 채권자금을 중심으로 중간점검을 해봤다.

한미 금리가 처음 역전된 2022년 7월 이후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입 동향. 지난해 12월~올해 1월 대규모 순유출이 일어난 이후 3월 이후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자료=한국은행



작년 역전 이후 채권자금 19억弗 누적 순유출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한미 금리가 처음 역전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10개월 동안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93억 7000만 달러 누적 순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투자자금이 19억 1000만 달러 순유출된 반면 주식투자자금이 112억 7000만 달러 순유입됐다. 이는 금융감독원에 등록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거래한 원화 채권에 대한 거래다.

국제수지상으로도 증권 투자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9개월 동안 130억 7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거주자가 해외에서 발행한 외화표시 채권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더 넓은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채권이 12억 6000만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주식이 118억 달러나 급증하면서 자금이 유입됐다. 두 통계 모두 겉으로 보기엔 한미 금리가 역전된 이후 자금은 빠지지 않고 오히려 들어왔다.

국제수지 기준으로 역대 한미 금리가 역전된 시기별 외국인 증권투자자금 유출입 현황. 2·3차와 비교했을 때 이번 한미 금리 역전기에선 채권자금 유입세가 둔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자료=한국은행


다만 채권자금만 떼어놓고 봤을 때 불안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금리 역전의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는 주식자금과 달리 채권자금은 직접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에 현시점에선 더 중요하다. 국제국이 발표한 동향 자료에선 한미 금리 역전 이후 10개월간 외국인 채권투자자금이 19억 달러 넘게 누적 순유출됐다. 직전 한미 금리 역전기인 2018년 3월부터 2020년 2월까지는 219억 1000만 달러가 순유입됐다. 같은 10개월만 놓고 비교하면 2018년 3월~2018년 12월엔 93억 8000만 달러 순유입이다.

국제수지 금융계정에서도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지난해 11월(-7억 5000만 달러)부터 12월(-32억 5000만 달러), 올해 1월(-1억 5000만 달러), 2월(2000억 달러), 3월(-21억 달러) 등으로 5개월 연속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리 역전 이후 12억 6000만 달러 증가에 그친 상태다. 외환위기 직후였던 1차 역전기를 제외하면 2차 역전기(주식 -263억 달러, 채권 +568억 달러)나 3차 역전기(주식 -84억 달러, 채권 487억 달러)엔 채권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과도 비교된다.

외환시장 동향 기준 외국인 채권자금 유출입 동향. 가장 최근 금리가 역전됐던 2018~2020년 당시 초반 10개월 동안 외국인 채권자금은 93억 8000만 달러 들어온 반면 이번 금리 역전기에선 19억 1000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자료=한국은행



연말연초 대규모 채권 유출은 차익거래유인 떨어진 영향

과거 금리 역전기와 비교했을 때 이번에 유독 외국인 채권 자금 유입이 눈에 띄게 둔화된 것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대규모 유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은의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의 채권투자자금은 지난해 12월(-27억 3000만 달러)과 올해 1월(-52억 9000만 달러) 큰 폭으로 빠졌다. 특히 1월은 외국인 채권 자금이 역대 가장 많이 빠져나갔다.

이와 관련해서 한은은 올해 3월 블로그로 올린 ‘최근 외국인 채권투자자금 유출 배경과 평가’를 통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블로그에 따르면 지난해 미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강세, 주가·채권가격 하락 등이 발생했는데 이로 인해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이 상당 폭 감소한 데다 국부펀드들도 큰 손실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했던 자금 일부를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이후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 종료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면서 여러 국가에서 채권 금리가 하락(채권 가격 상승)하고 통화 가치가 절상됐는데 우리나라는 더 크게 반응한 결과 자금이 유출됐다는 것이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1월 초 1420원 수준에서 1월 말 1220원대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원화 가치 절상) 달러로 환전했을 때 수익이 늘어나자 중도 매각 성향이 높은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면서 빠져나갔다고 한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차익거래유인(내외금리차-스와프레이트)이 이례적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사진=한국은행 블로그 캡쳐


앞으로 설명할 차익거래유인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도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차익거래유인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외국인들이 미국에서 달러를 차입해 이를 한국 스와프 시장에서 원화로 바꿔 채권에 투자하면 손실을 본다는 의미로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원화를 달러로 바꿔서 투자하려는 수요 자체가 줄면서 스와프 시장에 달러 유동성이 풀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자재를 구매하는 일부 기업들이 선물환을 매입한 것도 영향을 줬다.

하나 더 말하자면 지난해 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이후 나타난 단기자금시장 경색 문제다. 단기자금시장이 꼬이면서 오히려 원화가 프리미엄을 갖게 되자 달러 프리미엄을 이용할 수 없게 됐고 이에 외국인 투자가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 결론적으로 대내 불안 요인이 일정 부분 외국인 자금 이탈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금리 역전돼도 괜찮다 믿는 구석은 펀더멘탈과 차익거래유인

그러나 한은을 포함한 정책 당국자들은 외국인 채권자금 이탈이 발생하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일 뿐 대규모 반드시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설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이 국내 채권에 투자할 때 기대하는 수익률은 단순히 한미 금리 차만 고려하는 것이 아닌 환율 변화나 환 헤지 비용 등까지 반영해 계산한 값이라는 것이다.

달러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 입장에서 원화 채권에 투자하려면 현물환 시장에서 원화로 환전하거나 스와프 시장에서 달러를 주고 원화를 빌려서 투자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다. 환 위험을 헤지한다면 ‘내외금리차(통화안정증권 91일물-미국 리보·LIBOR 3개월물)’에서 ‘환 헤지 비용(스와프레이트)’를 뺀 ‘차익거래유인’이 기대수익률이 된다. ①해외에서 달러를 차입해 ②통화스와프로 원화를 조달하고 ③이를 이용해 원화 채권에 투자했다면 ③>(①+②) 일 때 이익이 난다는 것이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액의 절반 가까이는 이러한 차익거래유인에 따라 유출입 여부가 달라지는 단기차입자금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어 이달 9일 기준으로 통안채 91일물 금리(3.283%)에서 리보 3개월물 금리(5.337%)를 뺀 내외금리차는 -206bp(1bp는 0.01%포인트)다. 당일 원·달러 스와프레이트(3개월)는 -2.22%였다. 차익거래유인은 내외금리차에서 스와프레이트를 뺀 값이기 때문에 16bp가 된다. 한미 금리 차가 1.75%포인트로 벌어진 것과 무관하게 외국인이 환 헤지 후 국내 채권을 샀을 때 가격 변동에 대한 리스크 없이 가져갈 수 있는 이익이 16bp 정도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18일 서울 명동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 및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외국 기관이 국내 기관보다 달러를 더 싸게 조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서 달러를 차입할 때 적용하는 리보금리는 은행 간 금리라 미국 국채보다 조달금리가 높아 미국 국채에 투자해선 이익을 낼 수 없다. 하지만 한국에서 달러 프리미엄을 이용해 원화 국채에 투자하면 통상 50bp 안팎의 수익률을 확정적으로 낼 수 있고 이를 선호하는 투자자가 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3월 차익거래유인이 다시 확대되자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채권 매수가 이뤄지면서 외국인 채권자금이 순유입 전환했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국제금융시장분석실장은 “한국과 미국 국채 금리를 비교해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조금 더 먹겠다는 의미에서 원화 채권을 매입하는 수요는 꾸준히 있다”고 했다.


양호한 신용등급에 공공자금 중심 자금 유입세

차익거래유인 말고도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지 않을 수 있는 요인은 더 있다. 먼저 내외금리차가 축소 또는 역전되더라도 우리나라 채권이 신용등급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제공한다면 외국인들은 투자를 위해 들어온다고 한다. 외국인이라고 다 같은 외국인이 아니라 헤지펀드, 투자회사, 상업은행, 중앙은행 등 투자 성향이 다른 다양한 주체들로 구성된 만큼 대응 양상도 다르게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서도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이 크지 않다면서 한국의 우수한 신용도를 근거로 들었다. 한국은 무디스 Aa2, S&P AA, 피치 AA- 등으로 투자적격 등급 중에서도 상위권에 해당하기 때문에 금리 격차가 상쇄된다는 것이다.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유럽이나 일본에 대한 투자가 계속되는 점이나 금리 수준이 훨씬 높은 취약 신흥국에 대한 투자는 꺼려지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5월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한은은 한미 금리 역전 폭이 기존 최대치인 1.50%포인트로 벌어진 올해 4월 이후에도 외국인 채권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채권자금 가운데 장기투자 성향의 공공자금 비중이 60%가 넘는 만큼 단기적인 금리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투자가 꾸준히 유입된다는 설명이다. 최근엔 달러화가 약세로 전환하고 변동 폭도 줄어들면서 지난해만큼 시장에 개입할 필요가 없어지자 투자에 쓸 수 있는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도 늘었다는 평가다.

한은 관계자는 “공공자금도 수익성이 중요하긴 한데 민간자금만큼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고 중장기 시계로 꾸준하게 움직인다는 특성이 있다”며 “아직은 우리나라 펀더멘탈에 대한 우려가 없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美 통화정책과 환율 움직임 등이 변수로 남아

한은과 미 연준이 연내 금리 인하는 없다고 선을 긋고 있는 만큼 한미 금리 역전 상태는 최소한 연말까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미 금리 역전 폭이 사상 최대로 벌어진 상태가 장기화할 경우 외국인 채권 자금이 어떤 흐름을 보이게 될지 지금부터가 더욱 중요하다.

가장 큰 변수는 단연 미 연준이다. 만약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금리를 동결했는데 미국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한 번 더 올려서 5.25~5.50%까지 간다면 금리 격차는 2%포인트까지 벌어진다. 금리 격차 자체가 2%포인트까지 벌어지는 것도 우려스럽지만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 기대가 바뀌면서 변동성이 커진다면 어떤 영향이 나타날지 예측이 어렵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5월 4일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컨퍼런스 콜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또 미 금리 인상이 이뤄진다면 이미 200bp까지 벌어진 내외금리차도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최근 통안채 91일물 등 단기금리는 기준금리(3.50%)보다 낮은 상태가 지속되는 만큼 연준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시장금리가 더 올라 내외금리차가 더욱 벌어진다면 그만큼 스와프레이트가 따라 움직이면서 차익거래유인을 균형 수준으로 만들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약달러에도 원화 약세가 계속되는 것도 불안 요소다. 최근 달러화 약세가 나타나고 있으나 원화는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더욱 약세인 상태다. 외국인 배당 역송금 등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한미 금리 역전 상태가 반영된 가운데 중국 리오프닝 효과 부재가 드러나면서 환율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현재로선 가능성은 낮지만 환율이 더 오를 것이 확실하다면 외국인들은 한국 채권을 팔았다가 원화가 더 떨어진 뒤 다시 매입하는 것이 이득이 된다. 한국에 꼭 투자해야 한다면 환 헤지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대안이 많다면 외국인 자금은 언제든 빠져나갈 수 있다. 현재로서는 환 헤지 비용도 부담이라 채권 투자 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환율 절하는 곧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 악화를 의미하는 만큼 그 자체로도 자금 유출 우려 요인이기도 하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Bank of Korea)을 중심으로 국내 경제·금융 전반의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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