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주택담보대출만 5조 원 넘게 급증하면서 은행 가계대출 규모가 다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융 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노력에도 한번 불이 붙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기업대출도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부채 관리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은행은 11월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91조 9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5조 4000억 원 증가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 4월 이후 8개월 연속 증가세다. 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 폭은 10월 6조 2000억 원에서 11월 2조 6000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상호금융권 비주택담보대출과 예금담보대출 위주로 기타대출이 11월에 3조 원이나 감소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주담대가 5조 8000억 원 늘어나면서 전월(5조 7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당국 규제 이후 주택 매매 관련 자금 수요는 둔화하고 있으나 입주 물량이 늘면서 잔금 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신규 아파트 단지 입주, 중도금, 이주 등 집단대출이 일시적으로 확대됐다.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9월 1만 2000가구에서 10월 3만 3000가구, 11월 2만 1000가구 등으로 점차 늘었다.
고금리 영향으로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전월보다 3000억 원 줄어들면서 한 달 만에 감소 전환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연휴 소비 자금이나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 수요로 신용대출이 늘었으나 이러한 요인이 사라지면서 다시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가계대출과 더불어 기업대출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253조 7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7조 3000억 원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이 중소 법인을 중심으로 5조 8000억 원 증가해 잔액 기준으로 사상 처음 1000조 원을 넘어섰다. 중소기업은 자금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지만 최근 업황 부진으로 대출을 늘린 것으로 보인다. 개인사업자대출 잔액도 451조 2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9000억 원 늘었다.
대기업대출도 운전자금을 중심으로 1조 5000억 원 늘었다. 통상 대기업은 연말을 앞두고 대출을 늘리지 않고 상환하는 만큼 전월(4조 3000억 원)보다는 증가 폭이 줄었으나 환율 변동성 등으로 운전자금 수요가 꾸준히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11월 가계대출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전월 대비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됐으나 가계부채 규모가 여전히 큰 수준인 만큼 모니터링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변동금리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은행권 가계대출 현장 점검 결과 발견된 영업 및 대출 심사 관련 미흡 사항 개선 등 발표 과제를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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