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의 산업통상자원부 장차관급 인선이 끝나면서 관가의 시선은 산업부 산하기관 기관장으로 향하고 있다. 행정부의 19부 3처 19청 중 산업부가 가장 많은 산하기관을 거느리고 있는 데다 지난 정부에서 에너지 공기업 등에 알박기한 인사들의 임기 만료가 줄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직에는 10일 물러난 장영진 전 산업부 1차관이 올드보이(OB), 대선 공신 등과 경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경제신문이 공공기관 알리오에서 산업부 산하 공기업 17개, 준정부기관 11개, 기타 공공기관 13개 등의 기관장 임기를 조사한 결과 올해 총 30곳에서 임기 만료, 중도 사퇴 등에 따른 기관장 인사 수요가 발생한다. 전체(41개)의 73%에 해당된다.
시급한 곳은 이인호 사장이 지난해 1월 연임 임기까지 마친 뒤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무보다.
관가 안팎에서는 장 전 차관, OB인 김재홍 전 산업부 차관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물러나게 되는 이 사장은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으로 옮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배출하면서 무역협회 상근부회장직은 위상이 더 높아졌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2020년 2월부터 4년 가까이 현직을 지키고 있어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고 한다. 경제 6단체 상근부회장 연쇄 이동까지 일어날 경우 인사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역정책 이행의 또 다른 축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신임 사장 후보군에는 지난해 공복을 벗은 문동민 전 무역위원회 상임위원 등 전직 산업부 실장급들이 자천타천으로 거명되고 있다.
가장 큰 장이 서는 곳은 에너지 분야다. 다음 달 한국전기안전공사를 필두로 줄줄이 기관장이 연내 임기를 마무리한다. 이미 공석 상태인 한국에너지재단·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까지 포함하면 에너지 분야에서만 19곳에 달한다.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윤의준 초대총장이 사임한 한국에너지공대 총장직도 비어 있다.
관전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에너지재단과 한국에너지공단 등 유사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들이 통폐합되면서 기관장 자리가 줄어드느냐 여부다. 대한석탄공사도 한국광해광업공단에 흡수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윤석열 정부가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화를 중시하면서다. 산업부는 에너지재단과 에너지공단의 업무 조정, 국내 탄광 조기 폐광 방침에 따른 석탄공사 운영 방향 설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둘째는 정부가 이권 카르텔 혁파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한국전력공사 부사장 내지 산업부 실장급 몫으로 분류되는 발전 공기업 사장에 민간 출신이 가느냐다. 현재는 5석 중 3석이 한전·산업부 출신, 1석이 검찰 출신, 나머지 1석이 내부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 SK·현대 등 민간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주로 맡던 한국석유공사 사장도 중량급 있는 자리다. 한국가스공사 사장 자리를 노렸던 김준동 전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등을 예비 후보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박 교수는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전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석유공사 이사회 의장을 지내기도 했다. 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여당의 당내 경선, 4월 총선 결과가 나오지 않아 후보군을 언급하기 이르다”면서 “정치인 출신이 내려간 한전·가스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 등의 사례를 볼 때 뜻밖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