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일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을 내놓은 것은 국내 수출의 약 16%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주도권 확보 경쟁이 ‘클러스터 국가대항전’으로 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구마모토현을 반도체 산업 재건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있다. 특히 일본의 대표 건설사인 가시마건설이 붙어 ‘24시간, 3교대’ 공사 체제를 도입하더니 올해 말 생산 개시를 목전에 두고 있다. 대만은 TSMC 신주과학단지와 주변을 묶어 ‘대(大) 실리콘밸리’ 조성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은 “소재, 장비, 연구개발, 집적회로 설계, 제조, 웨이퍼 제조 및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산업을 지속 지원해 대만에 종합 클러스터가 구축되게끔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일명 칩스법)을 통해 390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애리조나(인텔)부터 뉴욕(마이크론)까지 전 국토의 클러스터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우리 정부도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한 셈이다. 핵심은 2047년까지 622조 원의 민간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해 △인프라, 투자 환경 △생태계 △초격차 기술 △인재를 4대 중점 과제로 선정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반도체는 국가의 인적·물적 자원을 총력 투입해야 성공하는 전략산업”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신규 조성 중인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과 일반산단에는 총 10GW 이상의 전력과 일평균 110만 8000톤의 용수가 추가로 필요한 만큼 인허가 타임아웃제(인허가 처리 요청 60일 경과 시 처리된 것으로 간주)를 활용하고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제정해 송전선로 건설 기간을 30% 이상 줄이기로 했다. 최임락 국토교통부 국토도시실장은 “기업이 투자 시기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조성의 인허가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 2026년 말 착공하고 연계 교통망, 배후 단지 조성 등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현행 22개인 반도체 세액공제 대상 기술은 확대하고 올해 반도체 예산을 2022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조 3000억 원으로 확대 편성했다. 첨단산업 규제지수를 도입해 규제 상황을 지속 관리하는 한편 총리 주재의 국가첨단전력산업위원회를 통해 킬러 규제는 신속히 철폐하기로 했다.
아울러 용인 클러스터 내에 소부장 양산 검증 테스트베드를 2027년까지 완공하고 올해 전년 대비 4배 확대된 2000억 원 규모의 외국인 투자 유치 인센티브를 활용해 글로벌 톱10 장비 기업 연구개발(R&D) 센터도 유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런 노력을 통해 현재 3% 불과한 시스템반도체 시장점유율을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리며 글로벌 매출액 상위 50위 내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10개를 육성(현재 1개)한다는 목표다.
정책금융은 지난해 6조 6000억 원에서 2024~2026년 3년간 24조 원으로 확대된다. 연간 8조 원 꼴이다. 3000억 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올 1분기부터 운용한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영국·네덜란드 등 ‘글로벌 반도체 동맹’을 기반으로 한 공급망 협력 플랫폼도 구축된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약 1조 원 규모의 삼성전자와 ASML 간 공동 R&D 센터 국내 건립도 입지 선정 등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메가 클러스터 조성으로 650조 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직간접 고용 창출이 346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는 반도체 수출 1200억 달러, 민간 투자 60조 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안덕근 산업부 장관은 “당장 삼성전자·SK하이닉스뿐만 아니라 칩 생태계를 키우는 만큼 이와 관련된 협력 기업에서 나오는 일자리도 상당히 많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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