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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할 땐 오라더니 내줄 돈은 없다?"…춤추는 美 정책변수에 현대차그룹 稅혜택 밀리나 [biz-플러스]

7.3조 美 조지아 전기차 신공장

30% 세액공제 요청에 답변 미뤄

美 전기차 등 지원예산 13兆불과

'4600억 인센티브' 대폭삭감 위기

IRA 장벽에 현지화 전략 폈지만

車이어 배터리 稅혜택 축소될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2년 10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개최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현대차그룹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신공장(메타플랜트)을 짓고 있는 현대차(005380)그룹이 당초 기대했던 미 연방정부의 세액공제혜택이 대폭 줄어들 위기에 놓였다. 메타플랜트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48C 조항에 따라 투자금액의 최대 30%를 세액공제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지만 미 행정부가 한정된 예산을 이유로 우선순위를 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메타플랜트 건설에 소요되는 투자비용이 7조원이 넘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그룹은 이론상 최대 4600억원 안팎의 세액공제 혜택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메타플랜트) 세액공제와 관련해 미 행정부와 소통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이 없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그룹 내부에선 현실적으론 세액공제 혜택을 전부받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란 분위가 감지되고 있다.

美 전기차공장 등 지원예산 13兆불과…7조 쏟은 조지아공장, 우선순위 밀릴 듯


현대차그룹이 7조3000억원을 투입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조감도. 사진제공=현대차그룹


24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에너지부(DOE)는 지난해 8월 현대차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48C 조항에 근거해 조지아주 전기차 신공장(메타플랜트)에 최대 30%의 투자세액공제(ITC)를 적용해달라는 요청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10월 총 55억 달러(약 7조 3000억 원)를 투입해 연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신공장을 짓기로 했으며 올 10월 완공이 목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8월 현대차그룹 등 세액공제를 신청한 기업들이 서류 미비 등을 이유로 보완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48C는 청정에너지 관련 장비 및 차량의 생산(전기차 공장), 재활용 등과 관련한 설비투자에 대해 최대 30%의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45X) 조항과 함께 IRA의 대표적인 투자 유인책으로 꼽힌다.



문제는 48C의 지원 예산이 100억 달러(약 13조 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반면 지원대상 범위는 청정에너지 관련 장비와 차량의 생산,재활용 설비, 광물 정제련 투자설비 등으로 넓다. 한정된 예산에 투자세액공제 신청 기업이 많아 현대차그룹이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DOE가 한 기업에 세액공제 혜택을 몰아주는 대신 지원 업종을 다양하게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스타트업에게도 혜택을 배분하려다보니 현대차그룹만 최대 30%의 세액공제를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메타플랜트 투자로 기대했던 세액공제 인센티브 규모를 4600억 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법인세율(21%)에 세액공제 최대 폭(30%)을 적용한 결과다. 현대차그룹은 세액공제혜택은 큰 틀에서 공장이 완공되기 전까지만 정해지면 되기 때문에 미국 정부와 소통 창구를 열고 메타플랜트를 우선순위로 삼아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RA 장벽에 현지화 전략 강화했지만…車이어 배터리도 稅혜택 대폭 축소 위기


SK온과 미국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가 미국 켄터키에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 전경. SK온은 켄터키와 테네시 주에 총 127GWh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사진제공=SK온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신공장(메타플랜트)을 짓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당초 기대와 달리 투자세액공제 규모가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에 미국발(發) 정책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자국 우선주의’로 기우는 미국의 정책 변수에 기업들은 또다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투자의 속도 조절이 일단 유력한 카드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글로벌 전기차 수요 감소와 리튬·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의 가격 급락에 따른 부작용이 밸류체인을 타고 업계 전반에 불어닥칠 것으로 전망돼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기차·배터리 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정책 리스크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373220)·SK온·삼성SDI(006400) 등 국내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은 첨단 제조 시설을 자국으로 유치하려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폈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7조 원 이상을 들여 전기차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고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 지역에 2025년 전후로 완공할 예정인 배터리 공장(단독·합작 포함)은 14곳으로 전체 투자 규모만 64조 원이 넘는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테네시 배터리공장 전경. 양사는 올 상반기 안에 테네시 공장을 완공해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하지만 국내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쏟아부은 것만큼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가 대표적이다. 메타플랜트는 IRA가 발효되기 직전인 2022년 5월 착공이 결정됐지만 IRA상 청정 제조 시설에 대한 세액공제(30%) 혜택을 무난히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7조 원이 넘는 돈을 들여 짓는 신공장인 데다 8000명 이상의 고용도 창출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달랐다. 투자세액공제는 제도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고용과 임금 등 까다로운 평가 기준이 생겼고 지원 한도도 100억 달러에 불과하다. 미 행정부가 현대차그룹처럼 투자액이 커 세액공제 폭도 클 수밖에 없는 기업들을 솎아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이런 분위기라면 한도를 따로 두지 않은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45X 조항)도 미국의 이익에 따라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세액공제와 관련해 미 행정부와 소통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사항이라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에 핵심광물 가격 하락까지…배터리 업계도 ‘먹구름’






정책 변수만 문제가 아니다. 본격화한 전기차 수요 둔화는 완성차 업계의 전기차 생산 조절을 넘어 배터리 업계의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자동차 시장 분석 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미국의 전기차(테슬라·리비안 제외) 재고는 114일분으로 전년 동기(53일분) 대비 두 배 이상 많았다. 미국 평균 자동차 재고가 71일분인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 재고는 매우 높다.

부진한 전기차 수요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는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GM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쉐보레 이쿼녹스와 전기픽업트럭 실버라도의 전기차 생산을 연기했고 포드도 자사의 대표 전기차 모델인 F-150라이트닝 픽업트럭의 올해 생산 목표를 주당 3200대에서 1600대로 절반으로 낮췄다. 현대차·기아(000270)는 아직 전기차 생산 속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하지는 않고 있다.

전기차의 생산 조절은 배터리 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 잔액은 1000조 원에 이른다. 일감은 충분히 확보했지만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생산 속도 조절을 길게 가져가면 배터리 업계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포스코그룹의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 및 염수저장시설. 리튬·니켈 등 핵심 광물 가격이 오랜 기간 낮은 가격대를 유지하면서 시차를 두고 배터리셀 업계의 매출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진 제공=포스코홀딩스


리튬·니켈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이 오랜 기간 낮은 가격대에 머물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리튬 평균 가격은 19일 기준 1㎏당 86.50위안으로 최고점(2022년 11월)의 15% 수준이다. 고성능 배터리에 투입되는 핵심 광물인 니켈 가격도 같은 기간 톤당 1만 6036달러로 2년 내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광물 가격의 하락은 에코프로·엘앤에프 등 배터리 소재 업체의 재고 평가 손실을 거쳐 배터리셀사의 매출도 떨어뜨린다. 증권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평균 13%로 전망됐다. 2022년 80.8%, 2023년 40.7%(추정)에 비하면 양적 성장 속도가 대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배터리 업계도 생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파나소닉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미국의 세 번째 배터리 공장 건설을 미루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SK온은 지난해 11월 미국 법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가 운영하는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했다. 최근에는 켄터키주 2공장 가동 계획도 연기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11월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직원 170명을 감축했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시장은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IRA 폐지와 같은 불확실성이 높아질 수 있어 판매량을 예측할 수 없는 안갯속 정국”이라며 “배터리 시장도 가격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K배터리 脫중국화 가속…인조흑연 만들고 加광산 투자




내년부터 리튬·니켈·흑연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을 중국에서 조달할 경우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되자 배터리 업계가 ‘탈중국’ 공급망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업계의 중국산 흑연 의존도는 96.4%에 달한다. 리튬과 니켈, 코발트 역시 50%가 넘는다.

배터리 업계의 한 관계자는 24일 “핵심 광물의 내재화 없이는 K배터리 질주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것”이라며 “공급망 다변화와 신기술 확보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음극재를 생산하고 있는 포스코퓨처엠은 인조흑연 생산을 통해 중국산 천연흑연을 대체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퓨처엠의 인조흑연은 포스코 제철 공정의 부산물인 콜타르를 원료로 사용해 원재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완전한 국산화가 가능하다. 포스코퓨처엠은 인조흑연의 생산 규모를 2025년 말까지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부족한 천연흑연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비중국산을 조달해 채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마다가스카르와 탄자니아에서 각각 흑연 광산에 공동투자하는 협약을 맺었다. 호주 흑연 광산에도 추가 투자해 2030년까지 연 24만 톤 규모의 천연흑연을 포스코퓨처엠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다. 포스코퓨처엠의 양극재에 들어가는 리튬·니켈 등은 포스코홀딩스가 아르헨티나, 호주, 캐나다 등에 투자한 염호·광산·염수 등을 통해 조달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홀딩스의 아르헨티나 염호. 사진제공=포스코홀딩스


LG화학은 지난해 미국 광산 업체 ‘피드몬트 리튬’과 4년간 20만 톤 규모의 리튬정광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에코프로는 최근 글로벌자원실을 신설하고 기존에 투자해온 인도네시아 외 아프리카 신흥국까지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배터리 제조 업체들도 직접 광산에 투자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캐나다의 니켈 광산 개발 업체인 ‘캐나다니켈’ 지분을 1850억 달러(약 245억 원)에 인수했다. 삼성SDI는 이번 계약에 따라 캐나다니켈이 개발하는 니켈 광산 생산량의 10%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도 칠레 SQM과 7년간 10만 톤의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SK온은 호주 레이크리소스에 지분을 투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에 대한 내재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유럽도 중국을 배제할 가능성이 높아 배터리 전 밸류체인에서 업체들의 탈중국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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