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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상황 이 정도였나…개인사업자 연체율 '3배 폭등'했다

[금융권 연체율 비상]브레이크 없는 연체율 상승세

팬데믹 시기 유예했던 대출 채권

만기 속속 돌아오며 부실화 심화

신규 대출도 막혀 취약차주 자금난

연체율 상승폭 갈수록 가팔라질듯

금융당국은 "관리 가능한 수준"





금융감독원이 24일 발표한 ‘국내 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은 연체율 상승세가 갈수록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권의 2월 연체율은 0.51%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던 3년 전(0.25%)과 견줘 두 배 넘게 뛰었다. 은행들이 지난해부터 분기마다 많게는 3조 원 안팎의 부실채권을 털어냈지만 새로 불어난 연체를 상쇄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2월 한 달간 새로 발생한 연체 채권만 2조 9000억 원에 달한다. 3년 전만 하더라도 한 달 신규 연채액은 1조 원이 채 안 됐지만 이제는 3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의 연체율 상승세가 유독 가파르다. 취약차주들은 사실상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에 놓인 다중채무자들이 많다.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2월 0.61%로 3년 전(0.2%)과 비교하면 3배 넘게 폭등했다. 덩달아 중소법인 연체율(0.42%)도 같은 기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무섭게 올랐던 금리가 좀체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차주를 중심으로 ‘부실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2금융권 연체 현황을 보면 벼랑 끝에 선 취약차주의 현실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취약차주들이 저축은행과 카드사로 쏠리기 때문이다. 실제 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6.55%로 2015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카드사와 캐피털사 연체율도 각각 9년, 5년 만에 정점을 찍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기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유예했던 대출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점차 부실화하고 있다”면서 “경기마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채권을 다시 유예하든가 정부 재원으로 빚을 탕감해줘야 하는데, 어느 쪽도 쉽게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초 시장 전망과 달리 금리 인하 시기마저 늦춰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연체율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은행을 포함한 전체 금융권 연체율의 상승 추세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됐는데 아직 정점을 찍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연체율이 점증하면서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가장 큰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연체율 상승 폭이 갈수록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주요 은행들은 치솟는 연체율을 관리하기 위해 대출 문턱을 높인 상태다. 저축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신규 대출이 막히거나 기존 대출이 연장되지 않으면 취약차주의 자금난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관계자는 “연체 이력이 단 한 번이라도 있는 고객에 대한 모니터링을 전보다 강화하고 신규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다”며 “시중은행뿐 아니라 2금융권도 돈을 내주는 데 신중한 모습이라 제도권 밖으로 밀려나는 차주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체 채권을 부문별로 뜯어보면 가계대출 중에서도 신용대출 연체율이 늘고 있다”면서 “담보가 없는 채권에서 부실이 발생할 때 충격이 더 큰 만큼 대출을 신중히 내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연체율 상승세가 가팔라질수록 은행의 금융 공급 역량이 줄어드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융사로서는 채권 부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데 이에 따라 운용할 수 있는 자산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금융권의 부실자산이 늘어나면 금융기관으로서는 추가 대출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에 도는 돈이 줄면 실물경제가 악영향을 받게 되고 이는 다시 금융권에 부담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금융 당국은 은행 연체율이 2022년 하반기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취약차주에 대한 채무 조정 활성화를 유도하고 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통해 자산 건전성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현재 연체율은 코로나19 이전 장기 평균인 0.78%에 견주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등 손실 흡수 능력 확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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