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9월이 될 것이며 한국은 이보다 뒤인 10월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내수의 급격한 둔화에 통화정책 전환 시점이 이슈인 가운데 변동성이 큰 환율과 아직은 불확실한 물가 움직임이 한국은행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뜻이다.
서울경제신문이 4일 금융사 이코노미스트와 경제학 교수 등 전문가 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경 금통위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 전원이 이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통위는 지난해 1월 0.25%포인트 인상을 마지막으로 11회 연속 금리를 3.5%로 묶어두고 있다.
관심은 금리 인하 시점이다. 응답자의 절대 다수인 75%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영향을 주는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이 9월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올해 남은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현지 시간 기준 7월(7. 30~31)과 9월(9. 17~18), 11월(11. 6~7), 12월(12. 17~18) 등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전에 사전 신호를 줄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에 바로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고 최소 9월은 돼야 한다는 의미다. 11월이라고 답한 이는 12.5%, 12월은 6.25%였다. 연내 한 번도 없을 것이라는 응답(6.25%)도 여전히 존재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는 소비를 중심으로 일정 수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고용은 완만한 둔화 추세를 이어가면서 균형점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9월 금리 인하가 ‘가까스로’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6월 미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전달보다 5포인트 하락했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은 “미국 서비스업 PMI가 낮게 나와 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진 측면이 있다”며 “서비스업의 수요 둔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개선 요인이 금리 인하에 긍정적인 신호가 된다”고 평가했다.
고용 둔화 흐름도 엿보인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미국은 최근 들어 불법 이민에 대한 강도 높은 국경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게 비농업 고용을 떨어뜨리고 물가를 낮추고 있다"며 “불법 이민에 따른 고용이 이슈였는데 대선을 앞두고 국경 보안 정책이 크게 바뀐 게 핵심 팩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9월에 움직이더라도 한국은 그 뒤에나 금리를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응답자의 56.25%가 10월을 골랐고 11월을 선택한 이들은 18.75%였다. 올해 금통위는 7월(7. 10~11)과 8월(8. 21~22), 10월(10. 10~11), 11월(11. 27~28) 네 차례다. 전체의 75%가 최소 10월 이후가 될 것이라고 본 셈이다.
이 중 10월은 연준의 금리 인하가 단행된 후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준이 먼저 금리를 인하한 뒤 금리 하강 기조를 확인하게 되면 한은이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는 하락하겠지만 환율 같은 대외 이슈가 남아 있으며 물가도 완전히 안정됐는지 좀 더 봐야 한다”며 “한은이 연준보다 먼저 움직이기에는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은의 선제적인 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 응답자의 25.0%가 8월 인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이창용 한은 총재가 7월 금통위에서 인하 신호를 보내고 8월에 전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8월 인하를 내다본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정부와 정치권 등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고 금융 여건의 완화 필요성 등에 통화 당국도 대체로 공감을 표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한덕수 국무총리도 “금리는 내려갈 방향밖에 없다”며 한은에 메시지를 던졌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9월 인하가 확실하다면 한은이 8월에 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인하 흐름이 분명하다면 한 달 정도는 양국의 금리 차이가 더 벌어져도 버티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 입장에서는 물가 여건과 연준 신호까지 더해졌을 때 8월에 인하를 할 명분과 근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응답자의 절반은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로 2.6%를 제시했다. 기획재정부 및 한은의 예상치와 같다. 2.4%라고 답한 이들은 18.8%였다. 반면 조 연구위원은 “서비스 물가가 쉽게 낮아지지 않고 전쟁 같은 지정학적 불안에 에너지 및 식료품 가격이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며 2.8%를 제시했다. 고물가가 더 오래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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