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이 7%가량 인상되지만 한국가스공사의 재무 위기 해소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요금 인상률이 원가에 못 미치는 등 미수금 증가를 둔화시키는 수준에 그쳐 47조 원에 달하는 부채가 여전히 부담으로 남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가스공사의 재정난을 해소하기 위해 가을께 추가 인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5일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주택용 가스요금 인상분 1.41원 중 도매공급비 조정은 0.36원, 기준원료비 조정은 1.05원이다. 원료비 연동요금이 MJ(메가줄)당 1원 오를 때 연간 약 5000억 원의 미수금 회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미수금은 3월 말 기준 13조 5491억 원에 달한다. 이를 1년 내 회수하려면 MJ당 가스요금을 27원 올려야 하지만 이번에 인상한 금액은 20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가스요금 인상률이 최소 수준에 그치면서 가스공사의 재무 악화 우려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스공사의 총 부채는 올해 1분기 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47조 4287억 원에 달했다.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도 연결 기준 459%, 별도 기준 624%에 이른다. 미수금 증가에 따른 이자비용만 매일 14억 원에 육박하는 실정이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올해 5월 “13조 원을 웃도는 미수금은 전 직원이 30년간 무보수로 일해도 회수가 불가능해 벼랑 끝에 선 심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스공사의 재무 개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에너지 공급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높은 부채비율 등 악화된 재무 여건이 액화천연가스(LNG) 판매자와의 가격 협상력 저하로 이어져 LNG 도입 단가 상승 등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가 간 충돌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재발하는 가스 대금 지급불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가스 업계의 지적이다. 가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스공사의 원가 보상률이 60~80%에 머무르는 등 사실상 손실을 감내해왔다”며 “재무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LNG 판매자와의 계약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충분한 요금 인상이 이뤄지지 못해 불안 요인이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산업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인상 폭이 축소된 듯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가을철 등 추가 인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6월 민수용 도시가스요금의 원료비는 산업용 대비 1.16원 낮게 책정돼 있었다”면서 “이번 요금 인상을 반영하더라도 미수금을 다 털어내는 데 20년의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지속적인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한편 가스공사는 이번 요금 인상과 관련 에너지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스공사는 사회복지시설과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열효율 개선 사업 대상자를 10배(2023년 225개소→2027년 2350개소)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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