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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주역' 석탄공사, 75년 만에 흡수통합된다

산업화 주역 ‘석탄공사’ 7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

석탄공사, 유관기관 '광업공단'에 흡수

공사 직원·주민 설득 ‘관건’

"정부, 해외자원개발 적극 지원해야"

대한석탄공사 외경. 사진 제공=석탄공사




◆석탄공사 부채 눈덩이…이르면 내년 흡수통합 가닥

정부가 내년 6월 삼척 도계광업소 폐광을 끝으로 석탄 생산 업무가 종료되는 대한석탄공사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통폐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석탄공사 직원 420여 명에 대해서는 기관 통합으로 인한 부채 부담을 덜기 위해 고용 승계를 하지 않고 전원 퇴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당장 석탄공사 내부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울 지가 관건이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석탄공사를 존치하지 않고 유관기관인 광업공단으로 통합 및 기능 이관을 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1950년에 문을 연 석탄공사는 75년 만에 완전히 문을 닫게 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탄 생산은 계속 줄어드는데 사람들의 인건비는 계속 나가고 있어 너무나도 비효율적이다”며 석탄공사 셧다운을 사실상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1950년에 문을 연 석탄공사는 75년 만에 문을 닫게 된다.

정부는 또 다른 산업부 산하 기관인 광업공단이 석탄공사를 흡수 통합하는 절차를 들여다보고 있다. 광업공단의 경우 난방용 연탄의 비축·운송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 석탄공사의 업무와 유사하기 때문이다. 내년 6월에 삼척 도계광업소가 폐광돼 석탄 생산은 멈추더라도 현재 비축돼 있는 무연탄은 2050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광업공단이 비축되어 있는 연탄을 배급하고 운송하는 업무를 계속 해왔기 때문에 비축된 석탄 운송 업무를 이어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석탄난방 가구가 8만 가구로 알려져있는데 현재 비축량을 고려하면 2050년까지 석탄 운송 및 판매 업무를 계속 이어서 할 수 있는 기관은 현실적으로 광업공단 외에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정부는 아직 남아 있는 석탄공사 인력 424명에 대해 광업공단에서 승계하는 대신 전원 퇴사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실제로 2016년 석탄공사가 구조조정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후 신규 채용이 중단됐고 생산 부문 인력이 줄면서 직원 수는 해마다 감소해왔다. 산업부 관계자는 “석탄공사 직원 대부분이 50대 후반이 많고 정년도 몇 년 안 남아서 고용승계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거기에다 석탄공사 직원들이 광업공단으로 재취업하더라도 업무의 연속성과 관련성이 없는 점도 고용승계를 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용승계를 하기 어려운 배경에는 기관 통합시 막대한 부채 부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석탄공사의 누적 적자는 지난해 기준 2조 5020억 원에 달하고, 광업공단의 부채도 8조 120억 원에 달한다. 실제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광업공단이 또 다른 부실기관인 석탄공사의 부채까지 모두 떠앉게 될 경우 통합 시너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이 때문에 재무구조가 취약한 광업공단이 최소한의 부채만을 떠앉기 위해서라도 고용승계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정부는 올해 7월 초부터 석탄공사 폐업 등에 따른 우려사항 등에 대해 에너지 관련 연구원에 연구 용역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화 주역 '석탄공사…75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내년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대한석탄공사는 국내 최초의 에너지공기업이었다. 1950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에 공기업으로 창립한 석탄공사는 2018년까지 1억 9200만톤의 무연탄을 생산했다. 특히 1950~1970년에 국내 주된 에너지원이 석탄이었던 만큼 국민 연료인 석탄 공급의 중추 역할을 하며 산업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고속성장하고 석유와 천연가스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1989년에 석탄 생산량이 정점을 찍고 계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1980년대 말에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이 시행되면서 광산이 조금씩 문을 닫기 시작했고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대표적인 국내 최대 탄광이던 태백 장성광업소도 올해 87년 만에 문을 닫았다. 태백 광업소는 1980년 초까지만 해도 국내 전체 석탄 생산량의 3분의 1을 담당했지만 석탄 수요량이 해마다 줄면서 폐광을 피할 수 없게 됐다. 1980년에 12만명을 넘어선 태백 인구도 3만 8400명으로 쪼그라 들었다.

태백에 이어 마지막 남은 삼척 석공 도계광업소도 내년 6월에 조기 폐광을 앞두면서 석탄의 생산 기능은 내년부터 완전히 중단되게 됐다. 다만 그동안 석탄을 생산한 후에 유통되지 않고 비축한 무연탄이 많아 2050년까지는 무연탄 유통 및 판매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석탄난방 가구는 8만가구 가량인데 국내 수요층이 여전히 있는 만큼 석탄 유통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산업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석탄공사가 문을 닫게 되면서 판매 부문과 본사 인력의 고용 승계가 첨예한 문제로 떠오르게 됐다. 석탄공사 직원들은 내년 6월 광업소 폐광을 불과 9개월 앞두고 고용 불안 등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이다. 연초까지만 해도 석탄공사 존치도 하나의 옵션으로 남아 있어 내심 기대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가 석탄공사를 존치하지 않고 통폐합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면서 9개월 뒤를 기약하기 어려운 직원들의 내부 동요가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탄공사의 한 직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정부가 빨리 결정을 해줘야 하는데 계속 최종 결정을 미뤄와서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또 석탄공사 본사 인근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큰 변수로 남아 있다. 강원도 원주에 위치한 석탄공사 본사도 철거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지역상권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석탄공사 옛 부지에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 전원과 호응하는 새로운 시설을 지어 지역민 반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폐광이 있는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갈 수 있도록 많이 유도를 하면서 도와드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 시급…해외자원개발 적극 나서야

한편 내년 6월 석탄 광산 폐광이 예정된 수순을 밟고 국내에서 채굴되는 주요 에너지원 가운데 하나가 사실상 사라지게 되면서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에 민간기업의 해외자원개발을 지원하는 특별 융자 예산을 삭감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 심화로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해외자원개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3일 산업부와 기재부 등에 따르면 내년도 해외자원개발 특별 융자 예산은 올해보다 2.0%(8억 원) 삭감된 390억 원으로 편성됐다. 삭감 규모가 미미한 수준이지만 당초 이 사업 예산을 내년에 700억~1000억 원까지 늘리는 식의 논의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결과다.

해외자원개발 특별 융자 사업은 민간 기업이 유전, 가스전, 핵심 광물 등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들 경우 투자액의 50% 이내에서 융자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민간 중심의 해외자원개발 산업 생태계를 회복하기 위해 도입됐다. 해외자원개발 사업은 10년 이후에나 수익이 발생하는 고위험 사업이고 대규모·장기간 투자가 요구되는 사업인 만큼 정부가 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분담해주겠다는 것이다.

2014년 2006억 원에 달했던 이 사업 예산은 2017년 1000억 원, 2020년에 369억 원 등으로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글로벌 탄소 중립 기조 강화에 따라 자원 개발 투자 수익성이 악화된 데다 국제 자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민간의 해외자원개발 수요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의 자원 개발 실패 논란에 공공기관의 해외 진출이 크게 줄어든 탓도 크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민간기업의 수요나 사업 집행률 등을 고려해 예산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자원개발 수요가 위축될수록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인협회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자료를 종합하면 한국 기업이 지분을 확보한 글로벌 리튬·니켈·코발트 광산은 2022년 기준 15곳에 불과했다. 중국(407곳)과 일본(31곳)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특히 배터리 3대 광물 중에서도 가장 값비싼 코발트의 경우 한국이 5곳의 지분을 확보한 데 비해 일본은 13곳에서 광물을 공급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기준 중국산 황산 코발트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대중 의존도는 각각 68.6%와 53.1%로 나타났다. 니켈은 한국이 53.6%, 일본이 34.8%로 격차가 더 벌어져 있었다. 김동수 산업연구원 산업통상연구본부장은 “핵심 광물자원을 정·제련해 가공한 소재의 대중국 의존도가 무려 80~90%에 이르는 데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이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우리 관련 산업의 취약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해외 광물자원 개발의 꾸준한 추진이 필요하다”며 “직접투자를 통한 광산 개발보다는 지분 투자가 보다 긴 안목에서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처럼 핵심 광물 수급처 확보를 위한 민관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국내의 경우 광해광업공단의 해외자원개발 기능은 사실상 사라졌고 정부가 지난해 해외자원개발 융자 비율을 기존 30%에서 50%로 높이기는 했지만 이 역시 2012년 수준(90%)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핵심 광물 프로젝트와 관련해 “리스크가 높은 해외 광물자원 탐사를 국가 주도하에 실시하고 민간기업에 투자 기회와 정보를 제공해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금융 및 세제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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