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올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SK(034730)스페셜티와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인수전에 모두 베팅했다. 양 사 몸값으로는 각각 4조 원, 5조 원이 거론된다. 이로써 MBK는 SK스페셜티를 두고 PEF 업계 선두를 다투는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치열한 접전을 펼치게 됐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를 놓고는 세계 3대 PEF 운용사 중 한 곳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인수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날 마감된 SK스페셜티 예비입찰에 MBK·한앤코 등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브룩필드자산운용도 LOI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는 주관사를 두지 않고 매각 절차를 직접 챙기고 있다. SK 측에서는 흥행을 의식해 산업용 가스로 업종이 겹치는 에어프로덕츠코리아와 예비입찰일을 동일하게 했다.
MBK와 한앤코는 국내 PEF 업계 양강으로 2019년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 인수전에서 맞붙은 후 5년 만에 동일 매물을 두고 경쟁하게 됐다. 당시 MBK는 우리은행과 컨소시엄을 맺어 롯데카드 인수에 성공했다. 롯데손해보험은 MBK와 한앤코 모두 본입찰까지 올라갔지만 JKL파트너스가 최종 승자가 된 바 있다. SK스페셜티 인수를 일찌감치 타진한 것으로 알려진 한앤코 입장에서 이번 인수전은 MBK에 설욕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SK스페셜티는 반도체 특수가스 분야 세계 1위 업체로 SK㈜의 100% 자회사다. 삼불화질소(NF3) 등을 주로 생산한다. 예상 매각가는 4조 원이다. 지난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약 2400억 원에 멀티플 17배를 적용한 가격이다. SK는 이번 매각 대금으로 그룹 부채(상반기 말 기준 12조 4000억 원)를 상당 부분 줄일 계획이다.
시장에서는 유력 인수 후보로 MBK와 한앤코를 꼽는다. MBK는 과거 DIG에어가스(옛 대성산업가스)를 인수해 성공적으로 매각하며 산업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한앤코는 2018년부터 올해까지 7년 동안 SK 계열사 6곳(SK솔믹스·SK해운·SK디앤디·케이카 등)을 인수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았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예비입찰에는 MBK와 KKR·칼라일·스톤피크·아이스퀘어드캐피탈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력 없는 가격 제안(논바인딩 오퍼) 방식으로 매각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다. MBK와 KKR 간 2파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KKR은 일찌감치 국내 주요 은행과 증권사로 인수금융단을 구성했다. 매각 대상은 글로벌 산업 가스 업체 에어프로덕츠와 계열사가 보유한 에어프로덕츠코리아 지분 100%이다.
에어프로덕츠코리아는 국내 산업용 가스 2위 업체다. 산소·질소·아르곤 등 일반 가스를 제조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매각가는 4조 원 중반대에서 최대 5조 원까지 거론된다. 지난해 EBITDA 2328억 원에 멀티플 20배를 적용할 경우 4조 원대 중반 가격이 나온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5공장(P5) 가스공급자 선정 효과로 EBITDA를 2600억~2700억 원까지 볼 경우 몸값은 5조 원을 넘긴다.
SK스페셜티와 에어프로덕츠의 본입찰은 약 6주간의 실사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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