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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稅' 부담에 두달앞 선회…"연말 매물부담 덜어" 증시 안도

[野 '금투세 폐지' 동의]

◆ 활력 붙는 K증시

배당수요 맞물려 자금 유입 힘실려

'코리아 엑소더스' 제동 가능성도

韓증시 연말까지 저가매력 커질듯

밸류업 ETF도 상장…매수 몰려





“연말까지 주식과 채권을 그대로 들고 가야 하나라는 불안감이 시장에 남아 있었습니다. 뒤늦게나마 K증시의 체증을 해소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겁니다.”(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영업부 이사)
4일 더불어민주당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공식화는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꼴찌로 추락하면서 국장 탈출을 부추기던 국내 증시에 가뭄의 단비로 작용했다. 민주당의 방향 전환은 예견된 것이었다고 해도 워낙 증시 여건이 악화 일로였기에 분위기를 바꾸는 변곡점이 됐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표 입장에서는 금투세 시행이 채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 특히 15일 자신의 정치 생명을 가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등을 앞두고 영향력을 어필할 금투세 폐지 선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한국 증시에 대한 야당 책임론도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시장도 화답했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1.83%, 3.43% 상승했다. 당초 보합세였던 두 지수는 장중 이 대표가 정부와 여당의 금투세 폐지에 뜻을 같이하겠다고 밝히면서 불기둥을 세웠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296억 원, 기관투자가가 342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은 장 초반만 해도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금투세 폐지 소식 이후 국내 주식을 사들이며 8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은 KB금융(105560)(-1.20%), 현대모비스(0.00%)를 제외한 전 종목이 강세였다. SK하이닉스(000660)는 엔비디아가 맞춤형 제품인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공급 일정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6% 이상 급등했다.

금투세 폐지 효과는 밸류업 국면에도 철저히 소외됐던 코스닥시장에서 더 컸다. 알테오젠(196170)(9.26%), 에코프로비엠(247540)(7.25%), 에코프로(086520)(7.37%) 등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 대다수가 5% 이상 급등했다. 특히 때마침 이날 정부가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따라 일제히 상장한 12종의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에도 31억 3583만 원의 개인 매수세가 몰렸다.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금투세는 그간 한국 증시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인 악재로 꼽혀왔다. 금투세 시행 전 대주주의 지분 매도 가능성, 개인투자자의 한국 증시 이탈 등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금투세 시행 시 5000만 원 이상의 이익에 과세가 돼 시행 전 대주주의 지분 매도 가능성이 높고 세법상 주식 매매 이익이 소득으로 잡히면서 개인들이 연말정산에서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됐다. 여기에 채권시장 큰손으로 떠오른 개인투자자에게 연간 250만 원 이상 매매 차익에 대해 22%의 세율로 별도 과세를 부과하면서 채권 수급의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우려는 실제 한국 증시에서 자금 이탈로 나타났다. 가뜩이나 달러 강세와 중동 전쟁, 미국 대선 등 외생변수가 많은 상황에서 금투세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투자자 예탁금은 50조 5866억 원(10월 말 기준)으로 연중 최저치(49조 원, 1월 18일 기준) 수준까지 떨어졌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섞인 비판도 시장 안팎에서 끊임없이 제기됐다.

그런 만큼 금투세 폐지는 억눌렸던 투심을 되살리는 불씨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받아왔던 한국 증시를 다시 쳐다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염승환 LS증권 리테일사업부 이사는 “금투세가 폐지되고 삼성전자(005930)도 HBM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을 발표하는 등 그동안 증시를 짓눌러왔던 요인들이 하나둘씩 해소되는 분위기”라며 “이미 많이 오른 미국보다 연말까지는 저평가된 한국 시장이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수급에는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개인투자자들은 다를 것”이라며 “진통이 있긴 하겠지만 상법 개정 등 다양한 소액주주 이익 제고 방안이 마련된다면 중장기적으로도 좋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짚었다. 이 이사는 “(금투세 불확실성으로) 연말로 갈수록 매물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며 “차익 실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여건을 만든 것 자체가 수급 측면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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