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일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함께한 고대역폭메모리(HBM)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지속할 수 있었다”면서 양 사 간 협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이날 5세대 HBM인 ‘HBM3E’의 16단 제품 출시를 세계 최초로 공식화하면서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황 CEO는 이날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4’에서 공개된 데이비드 패터슨 UC버클리대 교수와의 영상 대담에서 “현재 HBM 메모리 기술 개발과 제품 출시 속도는 매우 훌륭하지만 여전히 AI는 더 높은 성능의 메모리가 필요하다”면서 “지금보다 더 많은 메모리 대역폭을 이용해야 하는데 SK하이닉스의 공격적인 제품 출시 계획이 빠르게 실현되는 게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에서 ‘무어의 법칙’을 언급하면서 SK하이닉스의 HBM 기술력을 높이 샀다. 무어의 법칙은 인텔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1965년 내놓은 것으로, 반도체집적회로의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황 CEO와의 일화를 공개하며 6세대 HBM4 공급을 6개월 앞당기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와 HBM4 공급 계획 일정이 끝나 있었는데 황 CEO가 일정을 6개월 앞당겨달라고 요청했다”면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나올 때마다 필요로 하는 HBM을 적시에 개발하고 양산 수율을 맞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오픈AI, TSMC 등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AI 발전을 가로막는 난제들을 해결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AI 발전을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와 적용 사례 발굴, 반도체와 에너지 등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반도체 칩부터 에너지, 데이터센터, AI 서비스까지 모두 아우르는 SK그룹이 각 분야 최고 파트너들과 협업해 글로벌 AI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이날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의 16단 제품 출시를 세계 최초로 공식화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는 "48기가바이트(GB) 16단 HBM3E를 개발 중”이라며 “내년 초 고객에게 샘플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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