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방은행들이 핀테크 기업과 동맹을 통해 지방소멸에 따른 위기 극복의 활로를 찾고 있다. 지역 경기 침체와 뒤처진 디지털 경쟁력 등으로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지방은행들이 기술 중심 금융 핀테크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 대출 상품은 물론 협업을 통한 서비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해 새 수익 모델 창출에 도전하고 있다. 특히 광주은행과 토스뱅크가 출시한 지방은행과 핀테크 간 첫 공동 대출 상품 ‘함께대출’이 비약적인 성공을 거두면서 이런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BNK부산은행은 전략적 마케팅 제휴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올 하반기에 가계를 대상으로 한 공동 대출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아울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기업대출 상품 개발도 협력하기로 했다.
공동 대출은 두 은행이 자금 조달과 대출 심사를 함께 진행해 대출을 내주는 상품이다. 고객이 케이뱅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케이뱅크와 부산은행이 각각 심사를 진행해 대출 한도와 금리를 공동으로 결정한다. 인터넷은행의 기술력과 지방은행의 자금·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전략적 상품이다.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은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만들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해 성공적인 협력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고 방성빈 부산은행장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지방은행의 전략적 협력을 바탕으로 신규 비즈니스 모델 발굴 및 공동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을 비롯한 핀테크 기업과 지방은행 간 협업이 활성화하고 있다. 토스뱅크·광주은행의 협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성장 가능성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두 은행이 지난해 3분기 선보인 직장인 신용대출 상품 ‘함께대출’은 이달 22일 기준 누적 판매 금액 5874억 원, 누적 대출 건수 1만 8377건을 기록해 돌풍을 일으켰다.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2025년에는 최소 5000억 원에서 최대 1조 원까지 판매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강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토스뱅크·광주은행의 성공에 힘입어 지방은행들은 인터넷은행·핀테크와 잇달아 손잡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전북은행과 손잡고 올 상반기 공동 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에 혁신금융 서비스를 신청하고 지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BNK경남은행은 지난해 11월 토스와 사회초년생 공동 대출 상품 출시 등을 위한 전략적 사업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지난해 4월 대출 중개·관리 플랫폼 핀다에서 자동차 담보대출 상품인 ‘JB 자동차 담보대출’을 선보이며 협력 관계를 강화해나가고 있다.
지방은행과 인터넷은행·핀테크 등 플랫폼 기업의 협업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 경쟁력을 단번에 강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지방은행 입장에서는 금융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 외연을 넓힐 수 있고 기술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혁신에 도전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이나 핀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오랜 업력을 보유한 지방은행의 풍부한 영업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고 지방은행들이 갖춘 고객 네트워크도 확보할 수 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강력한 지역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지방은행은 인터넷은행이 지역 기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파트너”라며 “향후 금융 플랫폼 개발이나 운영 등 협력 범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도 지방은행과 핀테크 협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라 보고 지원하고 있다. 금융위는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지역금융기관(지방은행·저축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협업 모델 구축을 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올해 인가 신청을 받는 제4인터넷은행 평가 기준에 ‘지역 금융 공급’ 부문을 신설하기도 했다.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비수도권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계획을 인가 평가에 반영하기 위해서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올해는 혁신금융 서비스를 신청하는 지역금융기관이나 인터넷은행 등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로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보다 전방위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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