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005380)그룹은 8년 전인 2017년에도 업계 3위였던 AJ렌터카(현 SK렌터카) 인수를 검토했다가 막판에 철회한 바 있다. 최고경영진의 지시로 긴밀하게 추진했으나 타결 직전 중소 업체들의 강력한 반발에 물러나야만 했다.
이번에는 여건이 달라졌다. 9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단기 대여 부문의 렌터카 사업은 2019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뒤 2021년에 3년 연장됐다가 지난해 말 일몰돼 중소기업 적합 업종에서 해제됐다. 차량 대수 증가 등 사업 확장이 제한됐던 대기업의 시장 진출을 막는 규제가 풀린 것이다.
아울러 현대차가 1년 이상 대여를 하는 장기 렌터카가 주력인 ‘아마존카’ 인수를 검토하는 것도 단기 대여를 주로 하는 중소 업체들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아마존카의 2023년 매출은 2134억 원, 영업이익은 29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약 14% 수준이다. 지분이 다수에게 분산된 점은 매각 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조성희 아마존카 대표가 2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조서희(18%), 박한준(15%), 박태준(15%), 조민규(12%), 허선숙(10.67%) 등 6명이 약 89%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다.
렌터카 분야는 전체 1100여 개 등록 업체 중 차량을 수만 대 이상 보유한 업체가 20여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수백~수천 대 규모의 영세 업체들이다.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디지털 전환 비용도 버겁다. 롯데렌탈(089860)이 정보기술(IT) 시스템 구축에만 1000억 원을 쏟아붓는 등 대형사들의 투자 경쟁은 치열하다.
중소 업체들은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한 렌터카 공룡(롯데·SK렌터카)의 등장을 앞에 두고 가격과 서비스 경쟁 모두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게 돼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렌터카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앱부터 차량 관제, 전기차 인프라까지 투자 수요가 끝없이 늘어나는데 중소 업체들은 자금이 턱없이 부족해 폐업을 고민하는 곳이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의 시장 진출은 중소 업체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업체들 입장에서는 현대차의 렌터카 직진출로 매각 기회를 제안받을 경우 합리적 출구전략으로 고려해볼 만한 것이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직접 제작한 차량을 렌터카로 굴릴 기회가 생기는 만큼 차량 수급과 정비 인프라 면에서도 시너지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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